[뉴스핌=이동훈 기자]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돌연 연기한데 대해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헐값 매각과 특혜 매각 논란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인수 희망자가 호반건설 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협 선정이 연기된 만큼 자칫 대우건설 매각은 '장기 미제'로 남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우협 대상자 선정 연기는 공적 자금으로 살린 대우건설을 헐값에 처분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특혜 매각 논란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우협 선정 연기의 한 이유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50.74%를 사들였다. 펀드 만기를 한 차례 연기한 끝에 작년 매각공고를 내고 지분 정리에 나섰다.
문제는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이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주당 가격은 1만3000원 정도다. 이에 반해 호반건설에 넘기는 가격이 주당 7700원이다.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지금 대우건설 주당 가격이 6000원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가격에 매각하게 된다면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기를 늦춰서라도 공적 자금을 최대한 회수해야 한다는 게 산은의 의도로 분석된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사진=이동훈기자> |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호반건설은 시공능력순위 13위인데 반해 대우건설은 업계 3위다. 대우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덩치에서 차이가 큰 회사가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전체 사업의 30~40%를 해외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해외에서 이렇다 할 시공 경험이 없다. 양사 모두 국내 주택부문이 주력 사업인 만큼 인수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
호남 기업의 밀어주기라는 의혹이 있다. 호반건설은 호남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꼽힌다. 지역 건설사로 시작해 연간 1만가구 넘는 주택을 공급하는 대형 건설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지분 50.74% 중 40%를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는 3년 뒤 매입하는 분할 인수 방안을 제시하자 의혹이 커졌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인수 방안이 아니어서다.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산업은행은 지금이 매각 적기인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3조원 넘는 혈세가 들어간 대우건설을 특정인에게 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산은이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호반건설에 인수되길 꺼리고 있다. 기업 정상화를 위해 해외사장 강화가 필요한데 전반적으로 자금력, 수주 경쟁력이 부족한 호반건설이 적합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일단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이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호반건설에 풋옵션 계약과 관련한 이행보증서를 요청한 상태다. 호반건설은 시중은행에 이행보증서 발급을 요청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매각 자문사도 아직 최종입찰 제안서의 검토를 끝내지 못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음주쯤 확정할 예정이지만 풋옵션 이행보증서 발급이 언제 실행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워 선정 시기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헐값 매각과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산업은행이 선뜻 호반건설의 조건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