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금융감독원이 IT·핀테크 전문조직을 대폭 강화했지만 정작 수장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외부 IT전문가를 선임국장으로 맡긴다는 구상이지만 지원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금감원은 ‘취업제한 규정’을 이유로 꼽는다.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이 퇴직할 경우 3년간 유관기관에 취업할 수 없는 규정이 문제라는 거다.
2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직속의 IT·금융정보보호단의 수장을 구하고 있다. 외부에서 IT전문가를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조직개편이 마무리된지 열흘 넘게 공석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IT·금융정보보호단은 산하에 핀테크지원실 및 가상통화TF가 신설해 역할과 비중이 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에서 IT 전문가를 계속해서 찾아보고 있지만 좀처럼 지원이 없다”며 “당분간 IT·금융정보보호단 수장은 공석으로 운영돼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 공기업 중에서도 취직 선호도가 높은 금감원이 IT전문가를 영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제한 규정이다. 금감원에 IT전문가가 선임국장을 맡으면 퇴직 시 취업제한 규정에 적용을 받는다. 퇴직 후 3년간 유관업종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업무관련성 판단 기간도 5년에 달한다.
금감원 임직원이 퇴직 후 금융사로 이직해 '관피아'로 변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정이 전문가의 영입도 가로막는 형국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IT전문가로서 근무한 경력이 재취업시 강점이 돼야하는데 정작 3년이나 취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면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달하는 IT업계 특성상 취업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아울러 IT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것도 금감원이 구인난을 겪는 이유다. 금융사도 앞다퉈 IT전문가 영입에 나서고 있다. 이에 능력있는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을 지불해야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감사원에서 ‘방만한 운영’을 지적받았고, 경영평가에서도 ‘C등급’을 받았다. 이로 인해 고위직에 대한 보수를 높이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잇따라 출범하고, 금융사들이 새로운 IT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지난해 말 강연에서 “인터넷은행, 핀테크 등이 나오는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문과라면 부원장 정도는 IT전문가 출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금융권 내 IT를 비용으로 보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IT전문가에 대해서는 취업제한 규정을 일부 완화해야하지 않느냐는 분위기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 능력 있는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합당한 보수와 재취업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일부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규정을 일괄적으로 대입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