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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무역에 블록체인? 생각보다 별로다"

기사등록 : 2018-01-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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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익명 공공장부…무역거래에 부적합
네트워크 조작 위험 노출…새로운 개념 아니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인터넷, 스마트폰에 뒤이은 혁명적 발명품이라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블록체인이 세계 무역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무역에 참여하는 기업 측에서 "블록체인의 가치가 실제보다 고평가됐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블록체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스라엘 거점 물류스타트업 프레이토스(Freightos)의 즈비 슈라이버(Zvi Schreiber)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프레이토스는 화물 운송과 관련된 견적과 예약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다. 

즈비 슈라이버는 "무역거래에서 사용하는 유가증권인 선하증권(bill of lading)이 매초마다 익명으로 주인이 바뀐다면 블록체인이 이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글로벌 무역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하증권이란 화주와 선박회사 간 해상운송 계약에 따라 선박회사가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선주가 자기 선박에 화주에게서 의뢰받은 운송화물을 적재하기 위해 화물을 받았다고 증명하고, 선박이 도착한 다음에는 수하인 또는 그 지시인에게 화물을 인도하겠다고 약정한 서류다.

즉 무역 거래에서는 화주와 수하인이 사전에 계약을 맺어서 서로를 알고 있는 상태다. 반면 블록체인은 익명의 거래를 대규모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분산 장부(distributed ledger) 시스템이다. 무역 거래와 블록체인 거래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셈이다.

슈라이버는 "무역 거래에서 송장(invoice)은 서로 아는 상대방을 대상으로 발행된다"며 "송장 주인이 아예 바뀌는 것은 20일 기간으로 한 번 혹은 두 번 밖에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블록체인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 네트워크 조작 위험 노출…새로운 개념 아니다

또한 슈라이버는 블록체인이 고도의 컴퓨팅 기술을 필요로 하며, 안전성에 있어서도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은 과반수가 넘는 사용자가 동의한 거래내역만 진짜로 인정하고 있다. 만약 전체 네트워크 중 51%의 노드를 통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전체 네트워크를 조작해서 암호화폐를 훔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전 세계 노드가 무수히 많기 때문에 51%를 통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이보다 최근에 만들어진 암호화폐는 그러한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슈라이버는 "IBM이나 삼성SDS처럼 공신력 있는 곳에서 전체 네트워크를 통제해 이러한 공격을 막아준다면, 그 네트워크는 더 이상 공개 분산 장부(open distributed ledger)라고 할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블록체인이 아닌 셈"이라고 강조했다.

슈라이버는 또한 "블록체인이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문서와 서명 기술(signature technology)은 1980년대부터 있어왔으며, 블록체인은 쌍방의 디지털 계약에 새롭게 덧붙인 게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슈라이버는 "나는 디지털로 서명할 수 있는 종이 없는(paperless) 계약을 지지하고 있다"며 "블록체인이 의도하는 게 그것이라면 아직은 상용화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사실상 그게 주 목적은 아니다"며 "무역거래를 수행하는 데는 다소 방향이 잘못된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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