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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1급해부] 정권교체 이후에도 명문대·행시출신 '독식'

기사등록 : 2018-0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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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문재인 정부 “‘행정개혁’ 큰 그림 내놔야”
관료사회 복지부동 고질적…"다원화·개방형 절실"
행시 폐지·개방직위 등 대안 '논쟁거리'
공무원 제도 대개혁 "제도만으론 안돼"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 강한 드라이브가 요구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사령탑에 이른바 ‘흙수저’ 출신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비(非) 외무고시 출신인 강경화 장관, 교수 출신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자리하면서 과거 코드 인사와 다른 발탁 기조를 구사했으나 관료사회의 고질적 문화를 타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장‧차관 워크숍을 통해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공직사회는 과거에 해왔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도 공직사회 혁신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선 명문대와 행정고시 출신의 독식구조를 개선할 ‘한국 공무원 제도의 대개혁’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한민국 정부<뉴스핌 DB>

2일 뉴스핌이 12개 주요부처별 1급 인사 65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1급 공무원 고시별 현황’에 따르면 행시 출신 비율은 80%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개방형 출신은 3명으로 전체의 4.6%에 불과했다. 사법고시 출신 1급은 1.5%(1명), 2003년 행정고등고시와 통합된 기술고등고시 출신은 12.3%(8명)이다.

이들 인사 중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47.7%(31명)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와 행시 출신의 독식 구조에 대한 지적은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신규 임용한 고위공무원 중 절반 이상이 명문대 출신으로 이뤄진 구조를 보여왔다. 국가의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고위공무원단 자리가 특정 대학출신의 편중으로 심화되면서 정책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학연·지연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교육제도와 행시 제도의 대폭적인 궤도수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공직사회는 정책적 편향성을 갖지 않고 쇠퇴한 성취감과 책임의식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 관료를 지낸 한 경제학 교수는 “1993년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말로 군부 사조직을 쳐내며 인사를 단행했다”며 “그로부터 18대까지 새 정부 취임 때마다 지지율을 등에 업은 ‘논공행상’ 인사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이어 “문재인 정부도 부처 수장들을 ‘늘공(늘 공무원)’,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조합으로 채웠지만, 고부가가치 공무원 양성에는 ‘제로 베이스’”라며 “기수타파와 여성등용 및 개방형의 문호를 넓힐 수 있는 실질적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그래프] 1급 공무원 고시별 현황

이에 따라 시험점수로만 줄세우는 ‘연공서열’ 타파를 위한 ‘행시 폐지론’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초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발표한 ‘5급 행시 폐지’가 대표적이다.

해당 개편안에는 5급 공개채용 시험인 행정고시를 없애고 7급 공채시험과 합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5급 행정고시제도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말단부터 시작해 몸소 체험하면서 점차 관리자로의 자질을 쌓아가는 공직제도의 새바람이 필요해 보인다”며 “행시 폐지로 인해 7급부터 시작한 공무원들은 서로 경쟁하며 능력위주로 진급하는 구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직에 입문해 30여 년 동안 공직생활을 할 때 승진 기회는 5급에서 4급, 4급에서 3급, 3급에서 국장급 3차례에 불과하다”며 “잦은 보직이동을 통해 승진자리로 옮겨 다니는 현실은 성취감도 약하고 책임의식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공직사회에 명문대와 행정고시 출신의 독식구조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중앙정부 고위 공직자는 “공직을 희망하는 공시생들은 7급 시험으로 모두 몰려 시험에 특화된 명문대생의 합격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험점수로만 줄세우는 ‘연공서열’ 타파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현행 개방형 전문직 공무원 비율을 늘리는 등 어공과 늘공 50:50으로 맞추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홍 인사혁신처 과장은 “개방형 직위 중 민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각 부처가 지정한 직위에 대해 민간출신을 임용하고 있다”며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정부 직위에 임용하는 개방형 직위 선발을 늘려나간다는 기조는 가지고 있지만, 직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익섭 전환기행정학회 회장(前동국대 행정학 교수)은 “단순히 행시를 폐지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개방형 직위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냐는 부분엔 아직 논란이 있다. 예컨대 새로 진입한 개방형과 기존의 공직 간 융합과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회장은 “기존 관료제의 변화 없이 백날 수혈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를 움직이는 이들이 백만 관료들이다”며 “이들이 확실하게 변화되지 않고 계속 제도적인 부분만 언급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래프] 1급 공무원 출신대학 현황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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