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진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된 후 삼성은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삼성은 평택 반도체 라인 투자 결정,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 등 밀렸던 현안들을 하나둘씩 신속하게 처리하는 모습이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언론을 비롯한 외부에서는 '뉴 삼성'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삼성의 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삼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저는 제 능력을 인정받아 창업자이신 이병철, 이건희 회장님같이 성공한 기업인으로 이름 남기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산 욕심, 지분 욕심, 자리 욕심 같은 것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제 꿈은 삼성을 이어받아서 열심히 경영해서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제가 받아왔던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사회와 나눌 수 있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지난해 말 이 부회장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한 내용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바람대로 성공한 기업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 239조5800억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시장의 호황 덕분이라고 해도 뛰어난 성과임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생산라인 투자를 결정했다. 아울러 반도체 이후의 먹거리를 위해 자동차 전장 사업 등 핵심 기술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재무와 사업적인 면을 보면 이 부회장은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훌륭한 기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식상한 문구일지는 몰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돼야 한다.
이는 재무적인 성과에만 매달릴 경우 놓칠 수 있는 부분이다.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것 같습니다. 저희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들과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가 더 엄격하고 커졌습니다"는 이 부회장의 진술을 보면 그 역시 이런 점을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조만간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작년말과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단을 50대 중심으로 세대교체했다.
이 부회장은 이들을 믿고 재무적인 내용 이상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계열사별 실적이나 재무적인 부문은 젊어진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고, 이 부회장은 '지속가능한 삼성' '존경받는 삼성'을 만드는 것에 전념할 때다.
비단 이번 상황으로 실추된 이미지 회복 뿐만 아니라, 투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이사회 시스템 구축,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국민이 바라는 삼성의 모습을 항상 들을 수 있는 소통 등이 필요하다. 이는 전문경영인들이 아닌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 주식은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황제주'에서 '국민주'라는 별칭을 새로 얻었다. 삼성그룹은 이번 수사와 재판 등을 발판삼아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뉴스핌 Newspim]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