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북핵 문제 해결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편,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강원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 일본 국민 83% "평창올림픽은 북핵 해결 계기 못 된다"
12일 요미우리신문의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이 북핵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가'는 질문에 응답자의 83%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신문은 10일부터 이틀간 1085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진행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을 방문해달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하는 등 '미소 외교'를 펼쳤다.
미국과 일본 측은 경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과 관계 개선에 무게를 두면서 한미일 3국의 대북 압박 공조가 흔들릴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평창에 방문한 뒤로 북한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날까지 최대한의 압박을 앞으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평창 올림픽 기간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미소 외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우려에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가 결국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올림픽을 통해 남북문제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일본 언론은 문 대통령의 생각에 회의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요미우리 신문은 사설에서 "평창올림픽에서 미·일과 한국의 온도 차는 분명했다"며 "북한은 무너트리기 쉬운 한국을 노려 한미일 3국 공조를 무너트리려 하는데, 문 대통령이 여기에 감쪽같이 속은 것은 아닌가"라고 논평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설을 통해 "(남북 간) 성과를 서두르는 문 대통령의 태도에선 위험이 느껴진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건 북한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핵을 보유한 채로 국제 포위망을 돌파하겠다는 북한에게 손을 내미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 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1차전 경기를 앞두고 북한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반갑습니다'를 부르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
◆ 日 언론 "올림픽이 정치색으로 물들었다" 비판
일본 내에서는 한국과 북한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날 산케이 신문은 "북한의 난입으로 올림픽에 정치색이 짙어졌다"며 "북한 예술단의 공연이나 김정은의 친서 등으로 주목받아야 할 올림픽 경기는 관심을 못받고, 북한이 화제를 독점해버렸다"고 지적했다.
한반도기도 문제가 됐다. 일본 언론은 10일 북한 응원단이 강릉 관동 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경기에서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3위 결정전에서 박종우 선수가 독도 세레머니를 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처분을 받은 일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수를 포함해 관계자에게도 주의할 것을 지시해야 한다"며 "그것이 개최국으로서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