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정부의 주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중 하나인 보편요금제 도입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기업의 고유 권한인 요금 결정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협의회)는 지금까지 진행된 총 8차례의 회의에서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에 실패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정책협의회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정부와 시민단체, 이통3사, 전문가 등이 모두 모인 사회적 논의기구다. 활동기간은 100일로 2월말 공식 일정이 마무리된다. 오는 22일 회의가 마지막 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보편요금제 논의는 물건너 갔다는 진단이다.
보편요금제는 2만원대 요금으로 1㎇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시민단체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각사 재무최고책임자(CFO)가 공개적으로 보편요금제 도입 반대 입장을 강조했던 이통3사는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자율권한인 요금(가격) 결정권을 사실상 정부가 박탈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회의 모습. <사진=과기정통부> |
실적 감소 우려도 크다. 요금약정할인율 상향 등의 영향으로 이통3사의 지난해 이동통신매출은 KT 6조6014억원(-2.9%), SK텔레콤 10조8650억원(+0.5%), LG유플러스(+2.5%)로 전체 매출 상승폭인 2.8%, 2.5%, 7.2%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가 추산 연간 영업이익 2조원 가량의 손해가 예상되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이통3사의 실적 하락은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경영악화에 따른 주주들의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통3사가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통3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8차 회의 종료 후 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이통3사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통신비 인하 염원을 외면했다”며 규탄했다.
협의회의 보편요금제 논의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도입 여부 역시 무산될 확률이 높아졌다. 정부 조정이 가능했던 선택약정할인율과는 달리 보편요금제는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우선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협의회 결과와 상관없이 보편요금제 도입 등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지속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등의 논의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인하에는 공감하지 않는게 아니라 시장 논리에 맞지 않고 기업 자율권을 침해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기업 현실을 반영한 다른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방침이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