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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톡] 최민정 ‘분노의 질주’로 ‘약속의 金’, 서이라의 숨은 도우미 크루거

기사등록 : 2018-02-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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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평창특별취재팀] 분노의 질주였다. 

최민정(20·성남시청)이 쇼트트랙 500m 실격의 아픔을 딛고 2월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민정이 압도적인 실력으로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수확, 대한민국에 3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이날 쇼트트랙 결승전에서는 최민정과 김아랑은 나란히 1,2레인에 섰다. 그리고 옆에는 ‘500m 악몽’ 킴부탱이 자리했다.

최민정과 김아랑은 첫번째 바퀴를 4,5번째로 출발했다. 2바퀴째에 맨 앞으로 나가 ‘간’을 보았다. 킴부탱은 피치를 올려 바로 선두로 나섰다. 최민정은 숨을 골랐다. 다시 처음의 위치인 4번째, 김아랑은 5번째로 정렬했다. 실수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 막판까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금메달 타임’은 4바퀴를 남겨놓고 시작, 그 다음 완성됐다. 급이 다른 ‘아웃코스 전술’이었다. 최민정은 4바퀴가 남은 시점부터 속도를 올렸다. 시속 41km에서 시속 43km로 높였다. 하지만 1위 킴부탱과 2위 폰타나가 틈을 내주지 않았다.

3바퀴째가 남자 최민정은 독보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자리다툼이 심한 쇼트트랙에서 ‘손을 전혀 쓰지 않고 오직 발’로 일군 독주였다. 최민정은 선두그룹이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자 반바퀴 정도를 아웃코스로만 계속 내달렸다. 시속 43km였던 속도를 47km로 끌어 올려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했다. 마지막은 스케이트 날 한쪽 날 들이밀기를 하는 진중함이었다. 2위 그룹과의 차이는 10여m나 나 있었다. 김아랑은 4위를 기록했다.

1위 최민정은 2분24초948, 2위 리진위(중국)의 기록은 2분25초703. 1,2위간 격차가 0.755초차였다. 마치 예선전을 보는 것 같은 결승전이었다. 진선유의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이후 12년만의 여자쇼트트랙 1500m 금메달이었다.

실격으로 인해 4일만에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선 경기였다. 지난 13일 최민정은 500m 결승에서 레이스 도중 킴 부탱(캐나다)의 진로 방해로 인해 실격했다. 기록은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이은 2위였다.

당시 최민정은 인터뷰에서 “손 집고 나가서 이제 진로방해가 되면, 손을 안 짚고 나갈 수 있게 해야겠죠? (앞으로가) 더 '꿀잼'이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이날 킴부탱 보는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경기후 최민정의 대답은 4년간 흘린 땀이었다. “다시 잊고 다음 종목을 준비해야 한다”라며 밝게 웃었다. 킴부탱은 이런 최민정에 대해 한마디 했다. 그는 “선수단 식당에서 최민정이 ‘나는 괜찮다. 네가 잘못한 것 없다. 그 때 일은 생각하지 말아라. 지난 일이다. 너는 메달리스트다’고 말해주더라. 최민정은 정말 멋진 선수”라고 답했다.

이날 남자부의 서이라는 동메달을 기록했다.
서이라는 임효준과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에서 나섰다. 하지만 후반 2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진입하던 리우 샤올린 산도르(헝가리)에 걸려 넘어졌다.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펼친 끝에 3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은메달은 서이라와 준결승에 ‘즉석 호흡’을 펼친 존 헨리 크루거(미국)였다.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서이라는 미국의 크루거와 협공,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준결승에 진출한 캐나다 선수 2명(지라드, 아믈렝)은 라인에 붙어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스 도중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서이라와 크루거가 한번씩 나란히 뭉쳐 달리는 캐나다 선수 2명을 흔들었다. 크루거가 1위, 서이라가 2위로 결승에 올랐다. 서이라와 크루거는 레이스를 마친 뒤 서로 악수를 나누며 ‘수고했다’는 눈빛을 교환했다. 레이스를 방해한 캐나다 아물렝은 결국 페널티로 실격 당했다. 이후 결승전에서 3위를 차지한 서이라는 2위 크루거와 기분좋게 시상대에 섰다. 1위는 사무엘 지라드(캐나다).

최민정의 금메달과 서이라의 동메달 경기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직접 관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밖에 여자 쇼트트랙 준결승 때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넘어져 들 것에 실려 나갔을 때 관중들도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손님을 대하는 주인으로서의 너그러운 모습이었다. 4년전 소치 올림픽 500m 결승에서 크리스티는 당시 1위 박승희를 넘어트렸다. 그 결과 꼴찌였던 중국 선수가 1위, 박승희는 동메달에 그쳤다. 

서이라와 레이스 도중 환상의 찰떡 호흡을 보인 존 헨리 크루거(미국)는 은메달을 차지,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사진= 뉴시스>

 

 

[뉴스핌 Newspim] 김용석 기자 finevie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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