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6월 폐지(일몰)를 앞두고 1위 사업자인 KT(회장 황창규)와 케이블TV 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막고 있다는 지적과 대기업의 시장 독점이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오는 6월 일몰 예정이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 조항으로 2015년 6월에 3년 일몰로 도입된바 있다.
합산규제는 사실상 KT를 겨냥한 규제다. IPTV(19.92%)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10.53%)을 모두 보유한 KT의 시장점유율은 30.45%로 규제선까지 2.88%포인트 남은 상태다. 따라서 합산규제가 없어지면 KT는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는 물론 타 사업자와의 인수합병(M&A)도 가능해진다.
KT는 소비자 선택권을 이유로 합산규제 일몰을 주장해왔다. 윤경근 KT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지난 6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합산규제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고 규제가 이어질 경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합산 점유율 1위인 KT의 독과점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인수합병(M&A) 역시 KT의 점유율을 감안할 때 독점을 초래할 뿐 시장 확대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공청회 등을 통해 합산규제의 필요성을 알리고 국회와의 협력해 합산규제가 연장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경쟁 IPTV 사업자들 역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입장은 유보적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최근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합산규제 일몰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지만 검토 수준일 뿐 확정된 내용은 아니라는게 방통위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역시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중이나 일몰 여부나 추가 규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바 없다고 밝혔다.
업계 반응 역시 팽팽하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낡은 규제는 과감하게 버리고 시장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지만 KT에만 특혜로 작용할 수 있는 합산규제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절대반대 입장을 내놓은 케이블TV 업계 내부에서도 미세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산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T 관계자는 “합산규제 반대는 시장 점유율 확대가 아닌 소비자들이 다양한 유료방송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위한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 환경을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