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민호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가 남북관계 개선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남북관계 개선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5년 10월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 진행 중, 남측 이복순씨가 70년대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아들 정건목씨와 만나 그동안 못다했던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
◆ "이산가족 상봉으로, 닫혔던 문부터 열자"
현재 북한이 비핵화를 의제로 남북, 북미 대화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는 대화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고, 미국을 향해서는 '핵 억제력'이란 메시지를 계속해서 발신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이 비핵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북압박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북미 간 대화를 위한 접점이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평양 초청장'을 받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대북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실상 '북미대화' 성사를 남북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인식하면서, 현 상황을 타개할 활로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단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같은 인도주의적 행사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북미 관계와 크게 관계 없는 중점현안을 추진,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간 대화 유도'라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 비핵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정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하기만 하면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평창 동계올림픽 방남(訪南) 고위급 대표단으로부터 12일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
◆ 국면 타개 모색하는 김정은, 이산가족 상봉 카드 받을까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할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했으나 북측의 답을 듣지 못했다.
다만 북한은 대남기구와 선전매체 등을 통해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들과 2011년 입국한 김련희씨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 측 제의에 북측이 속시원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산가족 상봉행사 성사 여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결정에 달려있다.
일각에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북한 입장에서 잃을 게 없는 '카드'라고 분석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대북제재 국면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북한에게 매력적인 반대급부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북한이 최근 들어 남북관계 개선을 미국이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인데, 이러한 비난전에 충분히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집단 탈북 여종업원들을 연계시키는 자세는 우리에 대한 비난전의 일환으로 전술적인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이라면서 "자신들의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될 때는 언제든지 태세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항상 목적을 중요시했지, 이를 위한 수단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