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건물주가 바뀌면서 일방적으로 월세를 50% 가량 올리겠다고 하네요. 커피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바뀐 법률에 따라 건물주는 현 임차인에겐 임대료를 최대 5%까지 올릴 수 있다. 이전까지 9% 인상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임차인에게 유리해진 조항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새 임차인과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는 인상률 상한이 따로 적용되지 않다 보니 건물주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현 임차인의 퇴거를 유도할 수 있다는지적이다. 이 때문에 건물주가 무리하게 월세 인상을 요구하며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갱신을 거부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바뀐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거나 임차인을 내쫓기 위해 계약갱신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남 일대 한 커피숍 문 앞에 임대인이 월세 50% 인상을 요구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벽보가 붙었다.
최근 강남 일대 한 커피숍 문 앞에 임대인이 월세 50% 인상을 요구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벽보가 붙었다. <사진=김신정 기자> |
커피숍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주가 최근 바뀌었는데 주변 시세보다 월세가 낮다는 이유로 50% 인상을 임차인에게 통지하는 내용증명을 이달 초 우편물로 보냈다.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 테헤란로 대로변에 위치하다 보니 임대료 내기에도 빠듯한데 현 건물주가 전 건물주로부터 승계한 임대차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임대차계약서 조항에는 '본 계약기간 중이라도 경제적인 제물가 변동이 발생할 경우 또는 법령의 개정으로 제세공과금 기타 부담 증가를 포함한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보증금, 임대료 및 관리비를 재조정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상가임대차보호법에 큰 헛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법상 첫 임대계약 후 5년이 지난 후엔 건물주가 원하면 임차인은 상가를 비워줘야 한다. 계약기간 5년이 다가오면 건물주는 임대료 상한선 제한이 없는 새 임차인과 신규 계약을 맺기 위해 기존 임차인을 어떤식으로든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임대료 상한선이 정해졌는데도 상가 임차인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또 건물주는 임차인이 3번 이상 월세를 연체하거나 재건축과 철거를 포함한 사유가 있을 때 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다.
여기에 건물주가 계약 갱신시 임대료를 5% 이상 못 올리는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꼼수'를 쓸 수도 있다. 관리비 인상을 제재할 마땅한 법규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임차인은 건물주의 요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따져 일일이 알아보고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향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관련 분쟁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회에선 이와 관련된 개정안들이 현재 계류중에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우리나라에선 소유권, 재산권 보호가 강화되다 보니 세입자에 대한 권한과 보호가 열악한 상황"이라며 "짧은 갱신기간 때문에 영업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건물주의 임대료 대폭 인상으로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