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정한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을 향한 지역 민심이 뜨거운 모양이다.
이미 본인들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는데도,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6.13 지방선거 출마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주변에 따르면 당사자들도 내심 출마를 완전히 접지는 않은 듯하다. 향후 대구·부산 시장 선거의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는 이유는 여당 지지층에서 보수진영의 오랜 집권으로 역동성을 잃은 두 지역에 변화와 혁신을 이뤄달라는 거센 요구가 많아서다.
또한 두 장관 모두 집권여당 소속인만큼 여러가지 산적한 지역 과제들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현재의 지자제장은 권영진 대구시장·서병수 부산시장으로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지난 20일 대구 중구 명덕로 한 카페에서 '김부겸과 더불어 대구 변화를 바라는 대구시민들'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
◆ "김부겸, 대구 변혁의 선봉에 서 달라"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던 김부겸 장관은 지난 4.13 총선에서 진보진영의 불모지로 꼽히는 대구에 승리 깃발을 꽂은 바 있다. 그것도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갑'에서다.
대구 출신인 그는 지난 2013년에도 대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해 '아름다운 패배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여권 내에선 김 장관을 두고 대구의 '변화·혁신 아이콘'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기숙 계명대 명예교수와 류진춘 경북대 명예교수 등 학계와 언론계, 문화예술계, 법조, 의교계 인사 100명은 지난 20일 대구시 남구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대구는 변화와 혁신의 중차대한 갈림길에 있다"며 김부겸 장관의 대구시장 출마를 요청했다.
각계 원로들로 구성된 '김부겸과 더불어 대구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장장 23년 동안 오로지 보수일색의 시장만 선택한 결과는 어떠했느냐"며 "지난 세월 대구는 몰표로 TK(대구경북) 대통령을 뽑았지만 세계로 열린 하늘길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참 부끄럽게도 대구는 배타적인 도시, 수구꼴통의 도시, 절해고도의 도시, 심지어 고담도시란 놀림을 받아 왔다"면서 "하지만 혁신의 깃발을 든 정치가 김부겸의 아름다운 도전, 찬란했던 촛불혁명, 무조건 보수사랑에서 벗어나려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에 힘입어 변혁의 기운을 잉태했다. 이제 김부겸 장관이 대구변혁의 선봉에 서 달라"고 요청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학선 기자 yooksa@ |
◆ 김영춘 "출마 선택은 안 하지만, 이달말까지 경청하고 더 들어보겠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부산시장 선거(2004년 보궐선거 포함)는 모두 7번 치러졌다. 하지만 민주당 계열의 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보수정당 후보가 모두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부산 출신인 김영춘 장관을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만큼 부산은 보수진영의 텃밭이다. 하지만 이번 6.13지방선거에선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특히 김영춘 장관에 대한 기대심리가 예상외로 크다.
김 장관은 부산진갑 지역위원장(2011년)·부산시당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 민심을 탄탄히 다졌고, 지난 4.13 총선에서 부산진구갑에서 당선됐다. 출마 요구가 잇따르는 것도 지난 선거에서 언급됐던 '부산 정권교체'를 이뤄줄 인사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 장관을 향한 지역의 출마 요구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부산지역 해양수산인들은 '김영춘 장관의 출마를 촉구하는 모임'을 결성, 지지 서명을 받아 김 장관에게 전달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민주당 소속 부산지역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출마예정자 등 16명이 김 장관의 부산시장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 장관의 부산시장 출마는 부산시민의 엄중한 명령이자 간곡한 부탁"이라며 "부산 발전을 위해서 김 장관이 부산시장 출마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출마는 선택 안한다"고 부산시장 출마에 일단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부산도 급하고 중요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도 중요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보고 알아서 선택하라면 부산시장 선거 출마는 선택 안 한다"고 했다.
다만 "그렇다고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요소도 있다. 출마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절박함도 있어 2월 말까지 당분간 여러 이야기를 경청하고 더 들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여전히 출마에 대한 변수가 남아있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