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원 기자] 최근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 대북 제재에 나선 가운데, 주요 관련국인 중국의 외교 전문가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끈다.
지난 2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된 56개 단체 및 개인(무역ㆍ해운회사 27곳, 선박 28척, 개인 1명)을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해상 교역’을 차단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 전문가는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가 실질적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한반도 내 무력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댜오다밍(刁大明) 중국 인민 대학 국제 관계 학원 부교수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기존 제재 방식의 연장선일 뿐 북한 문제와 관련해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들어 미국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만큼 한반도 내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국 한반도 전문가 쑨청하오(孫成昊) 중국 현대 국제 관계 연구소 연구원도 “최근 미국은 제삼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포괄적 대북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외교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쥔성(王俊生)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지역 및 글로벌 전략 연구원 부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대북 제재 기조를 보면, 단순 경제 제재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해상 무역 및 제3국과의 협력을 봉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해상 봉쇄는 북한의 생명선을 위협하는 것인 만큼 북한의 극단적 선택을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제삼자 등을 포함한 포괄적 제재 방안은 한반도 비핵화, 지역 안정을 비롯해 글로벌 협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지 전문가는 미국의 강화된 대북 제재의 진짜 의도가 한반도 현안 관련 주도권 확보 및 메시지 전달에 있다고 밝혔다.
댜오 부교수는 “한미 군사훈련 키리졸브(Key Resolve)ㆍ독수리(Foal Eagle) 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ㆍ패럴림픽 이후로 연기하면서 한반도가 잠시 소강상태에 진입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훈련이 개시되면 정세는 급격히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그 전에 한반도 현안 관련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고, 국가 안보 및 국익 수호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이라며 대북 제재 확대 가능성을 제기했다.
왕쥔성 사회과학원 부연구원은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는 북한 독단적 행보에 대한 경고임과 동시에 한국에는 대북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 과정에서 북핵 문제가 최우선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 정세 급변 시 해당 책임은 미국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댜오 부교수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물은 미국과 북한이 자국의 안보만을 주장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은 핵 보유만이 미국에 대항해 국가 안보를 수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이 자국에 미칠 수 있는 최소한의 위협까지도 완벽하게 차단하려고 한다”면서 “자국 이익만 고려하는 평행선 대치로는 갈등만 고조시킬 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