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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사각지대' 대한민국 여성의 현주소는

기사등록 : 2018-03-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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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불길 이어지는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
'성희롱' 인권위 상담비율 25%...진정 '사기업' 가장 많아
'인권존중도' 여성은 58%...이주여성·미혼모는 10%수준

[뉴스핌=김범준 기자] 1928년 어느 날 미국, 젊은 여성 열 명이 담배를 피우며 뉴욕 맨해튼 5번가를 활보했다. 일명 '자유의 횃불(Torches of Freedom)' 행진.

특정 담배업체의 마케팅을 위해 기획됐다는 것은 제쳐두고, 이 때까지만 해도 여성의 참정권은 물론 기본권적 자유권 조차 제대로 보장 받지 못했던 사회적 분위기였기 때문에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게티이미지뱅크>

그로부터 90년이 지나 110번째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맞은 2018년.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미투'(#Me Too)를 외치며 남녀관계 혹은 권력관계 속 성폭력 피해를 고백 또는 고발하는 '평등의 횃불'을 높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피해사실 폭로를 시작으로, '평등의 횃불'은 법조계·문화계·종교계·학계·정계 등 사회 각계로 '봉화'처럼 이어지며 타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회적 약자로서의 피해사실 폭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젠더(gender) 권력'에 따른 왜곡된 사회적 구조를 바로잡으며 궁극적으로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오늘날까지 겪고 있는 '성적 피해·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차별행위로 상담을 받은 누적 2만6019건 중 '성희롱'이 6495건(약 25%)으로, 장애(8652건)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았다.

<자료=국가인권위원회 '2016 인권통계' 보고서>

이 중 성희롱 문제로 진정 접수까지 이어진 것은 누적 2188건인데, 기관별로 구분해보면 '사법인(일반기업)'이 689건(약 3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개인회사(361건), 개인간(323건), 교육기관(264건)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여성(944명)이 남성(146명)에 비해 7배 가량 많았다.

<자료=국가인권위원회 '2016 인권통계' 보고서>

현재(2018년 2월 기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진정(누적 1453건) 중 성희롱은 154건(약 11%)이다. 성차별과 임신·출산까지 포함하면 207건(약 14%)에 달한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성희롱 관련 진정은 19건 접수됐다.

국가인권위가 3년 단위로 실시하는 '국민인권의식조사'에서도 여성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는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본인 또는 가족의 '성희롱·성추행' 경험은 여자(6.8%)가 남자(2.3%)보다 약 3배 많았다. '성차별' 경험 역시 여자(16.2%)가 남자(8.2%)에 비해 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을 침해하거나 차별한 주체는 직장상사(33.7%)가 가장 많았으며, 일반시민(22.7%)과 직장동료(10.4%)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77.9%)가 대부분이었으며, 해당 기관에 시정을 요구(9.8%)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1.3%)하는 경우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다만 고무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취약집단 인권 존중도'가 여성의 경우 지난 2011년 48.1%에서 2016년 58.2%으로 10.1%p 상승했다는 것이다.

<자료=국가인권위원회 '2016 인권통계' 보고서>

하지만 '결혼이주여성'과 '미혼모'의 존중도는 각각 8.1%와 11.5%에 그쳤다. 반대로 '존중안됨'이 각각 58.0%와 50.2%에 달하는 등 일반 여성과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같은 여성 안에서도 인권수준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미투 대열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보다 열악한 조건에 있는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중소사업장 내 피해자 등은 요즈음의 상황에 더욱 큰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희롱 시정제도의 사각지대를 가능한 좁히고 촘촘한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게 정부의 책무"라면서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평등한 권리 보장과 실현을 위해 교육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학생뿐만 아니라 교원까지 통합 인권교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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