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을 부당한 무역 주요 국가로 지목하며 8일(현지시간)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큰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수입 철강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그의 말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미국의 철강 중 2%가 중국에서 온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환적수출(transship)을 통해 더 많은 철강을 우리나라로 들여온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환적수출이란 A란 국가가 C라는 국가에 수출할 때 B 국가를 거치는 것을 뜻한다. 원산지를 속이거나 관세를 피하고자 자행되는 환적수출은 불법이다.
NYT에 따르면 중국 철강 수입이 환적수출로 인해 2%보다 "훨씬 더 많다"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말에는 증거가 부족하다. 우선 2% 통계치는 미 재무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관리는 반(反)덤핑 관세제도 이후 중국산 철강 수입은 현저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철강에 24개의 무역 조치를 내렸다.
이 관리는 또, 중국이 환적수출을 통해 무역 장애물을 피하긴 하지만 "대부분 추산할 수 없게 교묘히 가볍고,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 미국 인근 국가로 보내진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재무부 보고서에서도 따르면 중국 철강 중 "알수 없는 일부"는 이웃 아시아 국가에 수출된다며 "이후 그 나라에서 더 가공된 뒤 결국 미국으로 수출된다". 개리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도 이러한 중국의 수출 방법은 "통계를 내리기 어렵다"며 "주로 세관에서 걸리기 때문에 환적수출로 인한 수입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린다 림 미시건대 국제비즈니스학 교수는 미국이 지목한 주요 철강 수출국 4곳을 다 합쳐도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다며 "환적수출로 원산지를 속였다 해도 중국이 가장 큰 수출국이 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부족한 논리는 지난 7일 그가 쓴 트위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10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무역적자 감산을 위한 연례 계획을 미국과 함께 세우자는 제안이 왔다"란 글을 게시했다. 이 매체는 10억달러란 숫자가 틀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무역총액은 상대적이다. 미국은 중국에 약 3370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무역흑자를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트럼프가 말한 "중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는 결국 중국이 수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미국에서 수입해온다는 의미로 사실과 다르다. 10억달러 감산은 미국의 무역적자의 0.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트럼프의 계산법은 100단위가 빠졌다.
두 명의 관료들은 NYT에 미국이 최근 중국에 무역적자 감산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숫자는 1000억달러였다고 알렸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