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최영수 차장 |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백성을 멀리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나라(정부)가 백성(국민)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기 내내 '불통(不通)'으로 일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에게 너무도 큰 고통을 주었고 자신도 비참한 말년을 맞았다.
MB정부 시절 외교통상부도 특유의 독선과 불통행정으로 '외통부'라 불렸고 '광우병 사태'를 자초하기도 했다. 중차대한 현안에 대해 보도자료 몇 장으로 가름하거나 언론브리핑도 외면하기 일쑤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통상업무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됐지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보면 과거 외통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관가에서 김현종 본부장은 '독불장군'으로 통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통상업무 특성상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김현종 본부장은 부처와의 협업보다 청와대와의 소통만 중시한다는 게 관가의 시각이다.
독불장군 김현종 본부장이 최근 미국의 철강관세 조치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한계를 드러내자 관가에서 안타까움보다 고소하다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산업부 내에서도 갈등이 적지 않다. 차관급이나 대외적으로 장관급인 그의 모호한 직급은 장점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산업부 내에서 장·차관과 잘 융화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부문 인사권을 놓고 이인호 차관과의 불화설은 관가에 널리 알려져 있다.
물속의 기름 같은 존재이나 산업부 내에서 그를 인내하며 지켜보고 있는 것은 조직 확대의 불쏘시개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상교섭본부를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전투'에서 패한 통상본부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김현종 본부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론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초 취임 이후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그는 브리핑을 한 번도 안했다. 기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마지못해 티타임을 가진 게 전부다. 그것도 대부분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놨다.
이 같은 언론 기피 행태는 전임 우태희 산업부 2차관 시절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우 차관은 매월 정례브리핑을 통해 언론과의 소통에 최선을 다했고 이를 바탕으로 굵직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풀어갔다.
수장 김현종 본부장의 태도가 불통이니 다른 고위직들도 닮아가는 모양이다. 대부분 고위 간부들이 언론과 소통하기보다는 본부장 입맛을 맞추는데 여념이 없다. 과거 외통부 시절처럼 부실한 보도자료 몇 장에 그치거나 뒷북 브리핑으로 면피하는데 급급하다.
상황이 이쯤 되면 백운규 장관과 경제수석은 대통령께 통상본부장의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 잘 난 본부장 하나 때문에 자칫 통상교섭본부 전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일각에서는 '전투 중에 장수를 바꿔서야 되겠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부하장수와 소통하고 백성을 존중하는 장수일 때 얘기다. 오만과 독선에 빠진 장수는 전투는 물론 전쟁까지도 패하게 한다.
김현종 본부장은 이제라도 스스로 사임하기 바란다. 그게 싫다면 중차대한 사명과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고 언론 앞에 나서기 바란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