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고홍주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자택이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서초동 검찰청사까지는 4.8km, 자동차로는 10분 거리다. 이 짧은 거리를 오는 데 꼬박 11년이 걸렸다.
이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방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BBK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지 11년 만이다.
뇌물 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지난 2007년 처음 불거졌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자리를 겨루던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에서는 “이상은(이 전 대통령의 큰 형) 씨 명의로 돼 있는 도곡동 땅도, 자동차부품회사 다스도 사실은 이 후보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하늘 두 쪽 나도 도곡동 내 땅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나 이같은 폭로는 결국 검찰수사와 특검수사로 이어졌다.
2007~2008년 이 사건을 수사한 당국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당시 BBK 의혹사건 특별검사였던 정호영 검사팀은 "도곡동 땅 소유주는 이상은·김재정 씨(이 전 대통령의 처남)이며 이 후보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다"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10년 뒤인 2017년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7일 다스의 실소유주를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정호영 당시 특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곧바로 다스 수사팀을 꾸려 관련자들을 조사했다. 올 1월 11일 이상은 다스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이후 이 전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을 릴레이 소환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검찰 조사에서 잇달아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시형이(이시형)는 지금 MB 믿고 자기 것이라고 회사에서 맘대로 군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하는 등 뇌물 혐의 단서도 포착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의혹이 불거진 지 11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처지가 됐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적용한 혐의만 해도 뇌물수수와 횡령, 직권남용 등 20여 개에 이른다.
검찰은 14일 오전 9시 50분께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고홍주 기자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