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보다 계열사 등기임원을 더 많이 맡게 됐다. 16일 열린 현대제철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 ‘회사경영을 총괄하고 무한책임’을 지는 등기임원 자리가 정몽구 회장보다 처음으로 많아졌다. 곧 나올 지배구조개선안만 확정되면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16일 인천 올림포스 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의선 부회장을 처음으로 사내이사(등기임원)로 선임했다. 정 부회장의 등기임원직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을 포함해 ‘4개’로 늘었다. 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여하고 경영상의 법적 책임도 지는 실질적인 경영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반면 정몽구 회장은 등기임원직이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 등 ‘3개’로 1개 줄었다. 현대건설 사내이사직을 이달 임기 만료를 끝으로 물러나서다. 올해 여든의 고령인 정 회장은 2008년 기아차, 2014년 현대제철 등 그룹 내 주요계열사 등기임원직을 하나 둘씩 내려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사진=김학선 기자> |
현대차그룹 내 등기임원직은 정의선 부회장이 4개, 정몽구 회장이 3개로 처음으로 정 부회장이 아버지보다 많아졌다. 또한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제철->차 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핵심 계열사 고리를 장악했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 리더십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등기임원직을 더 맡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자동차시장이 ICT(정보통신)과 결합해 급속한 미래 차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전사적인 R&D(기술개발) 등 혁신을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등 신차를, 여기에 필요한 첨단 부품을 현대모비스가, 첨단 소재는 현대제철이 개발하고 있다. 사업을 진두 지휘할 리더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2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책임지는 오너’로서의 지배력도 한층 강화됐다. 정부는 '책임지지 않는 오너'를 막고자, 오너가 등기임원을 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아버지 대신 현대차그룹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청문회 이래 대외에 얼굴을 전혀 내밀지 않고 있다. 반면 정의선 부회장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 발표회나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나 자동차쇼 등 대외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약속으로 올 상반기 일감몰아주기와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한다면, 정 부회장이 그룹 승계는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측은 그러나 "정 회장이 자동차 부문 경영에 주력하기 위해 비(非)자동차 부문 등기이사직은 임기가 돌아오는 대로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