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민경하 기자] "어차피 중소기업 중에 채용 늘리는 회사는 정해져 있어요. 정부에서 보조금을 준다고 사람을 더 뽑을까요, 뽑는데 보조금을 주면 좋은 거죠."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안정대책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정작 현장의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일자리 창출이나 중소기업 인력난에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보조금 좋지만, 그것 때문에 인력채용하진 않아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대책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
16일 뉴스핌과 통화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정부의 일자리 안정대책에 대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A씨는 "어차피 채용이 필요한 회사들은 지원금이 없어도 채용을 한다"며 "인력이 필요한 회사들은 보조금을 줘서 좋겠지만, 나머지 회사들이 채용을 늘리는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통신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 B씨는 "3년 지원 받는다고 채용을 늘리기에는 앞으로 늘어날 최저임금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채용한 직원들이 지원 기간동안에는 만족하더라도 지원금이 끊기면 회사를 나가려 하지 않을까"하고 우려했다. 이어 "좀 더 장기적인 정책이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돈보다 중요한 건 안정성과 사회적 인식
이번 정부 대책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청년실업 문제 만큼이나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청년들이 조금이나마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C씨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조선업종과 한국GM 등의 구조조정 여파에 지난달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8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CJ그룹 채용설명회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취업준비 1년차라는 김모(27)씨는 "돈이 중요했다면 진작에라도 중소기업에 취직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연봉 외에도 근무환경, 복지 같은 부분이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올해 초 졸업했다는 임모(25)씨는 "아무래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안정성을 고려해 우선은 대기업을 지원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을 통해 일시적인 일자리 문제는 좀 나아질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칭 등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함을 없애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추가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