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시작된 가운데 뇌물수수 혐의가 구속과 불구속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2일 10시30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심사에 들어갔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불참한 채, 서류심사만으로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는 ▲다스(DAS) 소송비 등 110억원대 뇌물수수 ▲350억원 규모의 다스 비자금 조성을 포함한 경영비리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관련 직권남용 ▲불법 정치관여 등이다.
이 가운데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횡령 혐의가 가장 무겁다. 공무원의 뇌물수수 혐의는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단순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만큼,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는 횡령,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검찰이 그동안 수사에서 다스의 실소유자를 이 전 대통령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주주 설립과정 자금조달, 의사결정문제, 회사를 운영한 주요의사결정을 누가했느냐, 회사 수익을 누가 수취했는지 등 구분한 결과, 이 회사는 이명박 소유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검찰에 따르면 1985년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부터 다스 설립에 관여했다. 당시 현대건설 관리부장이던 김성우 씨에게 회사 설립을 직접 지시했고,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스 설립시 이 전 대통령이 낸 자본금 4억600만원은 처남 김재정 씨의 차명으로 등재됐다. 검찰은 1995년 다스 유상 증자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차명 보유하던 서울 도곡동 땅을 매각한 뒤, 260여억원을 납부했다. 자금은 김재정 씨와 친형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로 움직였다.
설립 이후로도 다스의 주요 현황을 이 전 대통령이 파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다스와 이 전 대통령 사이에서 지시와 보고 역할을 맡았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신 납부했다는 점도 검찰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규정한 중요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09년 청와대 측의 요청으로 미국 대형 법률회사 에이킨검프(Akin Gump)에 다스 미국 소송비 350만달러(약 40억원)를 현지법인 등 회사 자금으로 지급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밖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김백준 전 기획관이 특활비 4억원을 받은 혐의에도 이 전 대통령이 주범으로서 연루됐고, 각종 인사 청탁 등을 돈과 함께 받은 혐의도 수두룩하다. 전부 뇌물수수 혐의이다.
단순뇌물수수 혐의는 부정 청탁 여부와 관계없이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 사이의 직무 관련성(대가성)만을 검찰이 입증하면 된다. 대통령은 대기업 등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막강한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제3자 뇌물수수 등 보다 입증이 비교적 쉽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 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 상규에 비춰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있어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이상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며 공무원의 뇌물수수 범위를 엄격히 제한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