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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보행자 사망 사고' 자율주행차 이대로 괜찮나

기사등록 : 2018-03-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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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사람과 물체 구분·돌발상황 대처 능력 부족"

[편집자] 이 기사는 3월 22일 오후 4시20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최원진 기자]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자동차 업계가 갑작스러운 난제에 부딪혔다. 미국 배차 기업 우버(UBER)가 주행 시험 중이던 자율주행차가 미국 애리조나주 템페시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사진=블룸버그TV>

IT 전문 매체들은 이 사고로 인해 자율주행차의 전반적인 발전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버는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에 제동이 걸렸고 여론을 의식한 토요타도 시험운행을 중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토요타의 결정이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중인 다른 자동차 업체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자율주행차의 첫 보행자 사망사고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자율주행차는 그 자체로 충분히 놀라운 혁신 기술이지만 아직 개발 단계다. 사고가 난 차량은 완전한 자율주행모드였지만 직원 한 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직원은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충돌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 운전자도 힘든 돌발상황 대처

템페시 경찰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량은 충돌하기 직전까지 속도를 줄이는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후 트위터에 사고 당시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22초짜리 영상에는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모습과 충돌 당시 차 안 블랙박스에 찍힌 장면이 담겼다. 차량은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는 걸 인지하지 못 했는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충돌했다.

제너럴 모터스(GM), BMW, 테슬라, 포드, 웨이모 등 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몇 년 안에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cnet이 21일 보도했다. 이들이 입을 모아 약속하는 것은 "더 큰 안전"이다. 인공 지능(AI) 소프트웨어와 센서가 사람보다 빠르게 주변을 감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자율주행 차량도 돌발상황에선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통신이 2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주변을 탐지하는 차량의 '시각(vision)'은 문제가 없지만 아직 완벽하게 식별하는 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차량 센서가 보행자가 자전거를 들고 길을 건너는 상황을 탐지했지만 차량의 소프트웨어와 센서는 보행자를 사람이 아닌 물체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탑승하던 직원은 충돌하고 나서야 보행자의 존재를 알았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였다. 우버는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사진=블룸버그TV>

미시간대학교 공학기술 교수 매튜 존슨-로버슨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사람과 자동차는 물론 덤불, 비닐봉지 등 도로 환경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건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며 "탐지 알고리즘(algorithm)이 구분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운전자 없이 운행되는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와 레이더와 '라이다(lidar)' 센서로 세상을 "본다". 카메라는 차량 주변 환경을 360도로 촬영하고 센서는 레이저 빛을 쏴 주변 물체와 지형을 탐지한다. 기술은 자동차를 A라는 곳에서 목적지 B로 운행하는 데 충분하지만 보행자를 물체와 구별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 "美 매 90분마다 사망사고…대부분 사람 과실"

자율주행차 안정성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제기하는 여론과 달리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이미 160만km가 넘는 주행거리를 시험 운행했다며 이 첨단 기술은 사람 운전자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했다고 CNN이 21일 보도했다. 미국 국립안전위원회(NSC)에 따르면 지난해 도로 위에서 사망 사고는 약 4만건으로 이중 90%가 운전자 과실이었다.

바트 셀만 코넬대학교 컴퓨터과학 교수는 시각 확보가 어렵거나 열악한 도로 환경에서 사람 운전자는 동요할 수 있지만 자율자동차는 "360도 주변을 감지하고 사람 운전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해 당황하거나 운전에 방해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일어난 사망 사고가 비극이지만 자율주행차 안전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라고 말한다. 사고를 분석하고 얻은 정보를 토대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자율주행차는 사람 운전자보다 훨씬 더 안전할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 자율주행차 법안 추진…업계의 숙제는?

<사진=블룸버그>

이번 사건은 의회를 움직였다. FT에 따르면 시민 단체들은 자율주행차량 안전성 확보를 위한 법안 제출을 의회에 요청했고 이에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안전 보호 장치를 포함하는 독립적인 자율주행차 법안을 만들기 위해 다른 의원들과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마키 의원은 "이 비극적인 사고는 왜 우리가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기술을 시험하고 적용할 때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러한 기술이 안전, 효율 및 환경적 이익을 얻으려면 강력한 안전과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보호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 내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자동차 로비단체인 자동차제조업체연합(AAM)은 "비극적 사건"이라고 표현했지만 자율주행 차량 기술에 대한 업계의 시험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람의 부주의나 잘못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94%인 점을 감안할 때 더 안전한 교통을 위해선 자율주행 기술은 꼭 필요하다"란 논리를 펼친다.

자동차 업계 분석가인 제시카 캘드웰은 여론이 자율주행차 안전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며 "자동차 업체들은 시험운행 과정을 재검토해 안전성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에 첨단 기술의 혜택이 위험성을 능가한다고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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