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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文 개헌안, 현역의원 기득권에 철퇴..‘선거운동의 자유’ 보장

기사등록 : 2018-03-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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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인 불리한 공직선거법..‘기울어진 운동장’
靑 개헌안, 선거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보장
"일반 유권자의 선거활동 권리도 폭넓게 인정돼야"

[뉴스핌=김선엽 기자] # 오는 6.13 지방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A씨. A씨는 아침마다 지하철 역에서 출근하는 유권자를 상대로 자신의 명함을 나눠준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마이크나 확성기를 사용할 수 없다. 후보자 본인을 제외하면 선거운동원은 배우자라 할지라도 어깨띠를 두를 수 없다. 현수막도 금지다. 

청와대가 지난 22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 조항이 삽입됨에 따라 현역 정치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현재의 공직선거법이 개정될지 주목된다.

조국 민정수석은 3차 개헌 발표문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온전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정당과 후보, 정책에 대해 찬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특히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다만 후보자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에 관한 규정을 바꿨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이 '제한적 허용'에 방점을 둔다면, 개헌안은 '예외적 규제'를 강조한 것이다.

지난 21일 청와대의 대통령 개헌안 발표 모습. 사진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사진=청와대>

정치신인에게 불리한 공직선거법..‘기울어진 운동장’

개헌안이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두가지 측면으로 해석된다. 우선 현재의 공직선거법이 지나치게 선거운동을 제한, 현역 의원이나 단체장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을 정해 이 기간에만 예비후보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환, 간판, 현수막 등을 설치하거나 배부하는 행위가 일체 금지된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나 지자체장, 시의원·구의원은 의정보고 등을 이유로 정책 구호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 

또 지자체장은 지자체의 정기 홍보물을 통해 간접 홍보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직원 직무 교육, 강연 등을 통해서도 유사 선거운동을 펼친다. 심지어 현역 의원은 지역구에 공식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지만, 비현역은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현재의 정치판이 현역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뜩이나 조직력과 인지도에서 정치 신인들이 불리하기 때문에 현역 의원이나 단체장을 뛰어넘기 쉽지 않다.

개헌안이 선거운동의 '원칙적 허용, 예외적 규제'를 표방함에 따라 공직선거법상의 독소조항들이 개정될지 주목된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 정치 신인들의 진입장벽으로 작동하고 기성 정치인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됐다"며 "이번 개헌을 기점으로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거운동원들이 각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반 유권자의 정치활동 제약하는 독소조항 폐지 필요”

정치인이 아닌 일반 유권자의 정치활동 영역도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선관위는 일반 유권자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에 대해 선거 180일 전부터 규제해왔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가 특정 정당과 연관된다는 이유로 금지되고, 이를 위반시 처벌받는 경우가 흔하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가 지난해 정리한 '유권자의 표현을 억압하는 공직선거법 독소조항과 피해사례'를 보면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둔 5월 19일 회사원 박모씨가 경기도 안성시 명동거리 입구에서 “삽질지옥 투표천국, 4대강 죽음의 삽질을 중단하고 회개하라, 6.2 심판의 날이 가까이 왔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벌금 50만원 판결을 선고받았다.

2016년 4월 13일 총선을 앞두고는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춘천행동’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설악산 케이블카에 찬성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가 "정당의 명칭을 명시한 현수막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박근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의견, 또는 선호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의 유권자 의사표현을 봉쇄하는 일부 조항은, 시민의 표현에 대한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의 폐지를 주장했다.

윤 의원 역시 "촛불혁명에서 입증됐듯이 청소년의 정치의식이 매우 높아졌다"며 "정치 활동의 자유가 대폭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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