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창의적인 이유
필자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비트코인 기술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독특한 발상을 발견했다.
우선 거래 장부를 중앙 집권화하지 않고 분산하겠다는 것은 철학적, 사회적 발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거래 내역(Transation)을 생산하고, 암호화된 블록(Block)으로 만들고, 체인(Chaning)으로 서로 연결하고, 그리고 나서 전파(Propagation)를 통해 분산 저장하는 4단계를 거칠 때, 전세계 수십만대의 컴퓨터가 이 작업을 자발적으로 참가한다는 사실이 독특했다. 자신의 컴퓨터와 저장 장치 자원을 공급하고, 전기요금을 희생하면서까지 동참해서 참가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두 번째로 이러한 자발적인 참여를 '채굴'이란 이름으로 개념화하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비트코인을 제공한다. 사실 그렇게 제공한 비트코인의 본질 가치, 화폐와의 교환 가치는 상당히 불확실하다. 그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수 있다는 발상도 흥미롭다. 그러나 결국 10년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은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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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거래 내역의 손실이나 변조를 막기 위해서 암호 기법을 쓴다는 점도 그렇다. 암호 수학인 SHA-256 해쉬 함수를 이용해 자료를 암호화한다. 전세계 모든 거래 내역을 서로 다같이 암호화에 동참한다. 그 과정에서 컴퓨터로 수학 문제를 서로 푼다. 독특하다. 그리고 거래 내역을 서로 엮어 블록체인으로 만든다. 한 개의 블록의 자료가 변조되면 체인으로 연결되어 금방 체크된다. 서로 협동해서 자료 변조를 방지한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는 계속 새로운 버전의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중앙 집권적인 권한을 가진 조직이나 사람에 의한 조정하거나 결정이 없더라도 비트코인인 프로그램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창의성이 부족한 한국인에게 블록체인은 넘어야 할 도전
한국에서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과 같은 창의적 발상이 어려운 이유가 필자는 바로 교육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 환경 문제의 출발은 아직 일제 시대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교실을 생각해 보자. 일렬로 쭉 맞혀진 책상 모양과 배치가 규격화 되어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학생 머리도 다 같이 짧게 단발하고 교복도 똑같이 입었다. 칠판에 선생님이 적으면 따라 적고 외워야 한다. 수업 시간에 떠들면 벌을 받는다. 정답만 있다. 논의와 토론은 없다.
그리고 학교 건물이 일자로 있고, 그 앞에 큰 운동장이 있다. 학교 배치가 거의 같다. 꼭 군대 연병장과 같은 구조다. 통제와 통일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서 급식이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배급식이다. 식판에 주어진 밥과 반찬, 국그릇을 담는다.
1970년대 한국의 학교 교실 풍경. |
교육 혁신으로 창의적 환경 조성해야
이제 교실과 교육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교실도 동그랗게, 책상도 동그랗게 둘러앉아 마주보며 토론하는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지식을 찾는 것은 인터넷만 연결해 주면 된다. 토론 주제도 학생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시험을 잘 보는 학생 보다 남들과 차별화된 생각을 만들 수 있는 학생을 길러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교육 내용도 중요하고 방식도 중요하다.
환경이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 아예 교실 없는 학교도 생각해 볼 수 잇다. 그냥 소파와 카페트만 있으면 된다. 칠판 대신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모든 벽면은 유리로 만들어 투명하게 소통하고, 그 위에 글자를 쓰거나 낙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필자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수학을 좋아하는 암호학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도 잘 알고, 컴퓨터 프로그램도 잘 짠다. 한마디로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다. 우리에게 교육 혁신 없이 4차 산업혁명은 없다.
강의실과 도서관이 없는 대학인 '미네르바 스쿨' 모습. |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