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선중 기자] 직장인 김모(27)씨는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친 날이었다. 잿빛으로 변한 하늘 아래에서 김 씨와 동료 예비군들은 야외훈련까지 받았다. 하지만, 마스크 지급 외 별다른 미세먼지 대책은 없었다. 김 씨는 "가만히 숨만 쉬어도 목이 따가울 정도였는데, 굳이 예비군훈련을 진행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상황에서 "예비군 훈련시 미세먼지 대비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26일 경기도 내 예비군 훈련장 32곳에서 예비군 훈련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에 이어 24시간 평균 미세먼지(PM-2.5)농도가 100㎍/㎥에 달하는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지만, 훈련 일정 조정 등 특단의 대책은 없었다. 예비군들에게 지급한 마스크가 고작이었으며, 일부 훈련장에서는 이 마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담배 연기만큼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호흡기심혈관계질환뿐 아니라 뇌까지 침투해 세로토닌의 분비를 저하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일각에서는 군이 미세먼지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예비군 교육 훈령에는 황사 및 미세먼지 농도가 심할 때 부대별 지휘관 판단하에 야외훈련을 실내교육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다.
예비군 훈련을 앞둔 직장인 정모(30)씨는 "미세먼지 탓에 온 사회가 난리인데, 훈련받으며 미세먼지, 흙먼지 다 마시란 소리냐"며 "날도 더워지는데, 두꺼운 군복을 입고 마스크까지 끼고 훈련을 받으라는 건 고문에 가깝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공익'들은 더욱 고민이 깊다. 기흉을 앓아 현역병으로 입대하지 못한 대학생 김모(26)씨는 "(예비군 훈련)날짜를 변경할 계획이다"며 "군이 조금만 예비군들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은 아직까지 미세먼지 대책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각 부대별 지휘관이 융통성 있게 대응할 것이고, 실내교육 역시 예비군 교육 과정의 일부"라며 "아직 미세먼지 때문에 예비군 훈련을 늦추거나, 미룰 공식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뉴시스> |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1주일간 '미세먼지' 관련 글이 650건 이상 올라왔다.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글은 27일 기준 나흘 만에 11만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선중 기자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