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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비핵화' 성과 낼까..靑 "비핵화 선언 도출 당연"

기사등록 : 2018-04-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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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원론 그칠 것" vs "비관 일러" 팽팽

[뉴스핌=정경환 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남과 북이 아직까지 정상회담 의제를 명시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나오는 우려다. 아울러 북핵 일괄타결을 강조하는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도 부담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 도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 때 비핵화 선언 도출은 당연하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비핵화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오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알맹이가 빠진 실속없는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어린 시선에 대한 반박이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사진=노동신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예민한 문제다. 그냥 형식적으로 지나가지 않을까 싶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은 화해협력, 교류협력하려는 건데, 뭘 강요하는 식의 발언은 어렵지 않겠나"고 말했다.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남과 북은 2018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발전에 갖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장관이 언급한 3가지 의제를 회담 결과로 채택한 공동보도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남과 북이 정상회담 의제에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청와대는 "북측이 통일부에서 말한 3가지 의제에 전혀 이의를 달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청와대 측은 "(3가지 의제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남북관계 담대한 발전"이라며 "그것만으로 일단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그와 같이 주장하면서 한켠에서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마치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은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를 스스로 폐기함으로써 국제관계 정상화와 경제제재 해제를 얻는 것을 말한다. 미국 내 강경파들이 선호하는 북핵 해법이다.

남 교수는 이에 대해 "벌써 북한에 리비아식 해법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비핵화 논의가 잘 안 될 것에 대비한) 연막으로 보인다"며 "그러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서명을 북한 핵 협상때까지 미룰 수 있다고 하는 거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북한과 비핵화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한·미 FTA 개정 협상 타결을 연기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중국으로 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것도 곱씹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이번 북중정상회담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겉으로는 비핵화 얘기를 하고 있지만, 단계적 조치가 있어야 된다는 등 조건을 단다는 건 결국 안 하겠다는 뜻"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지금 시점에서 남북 정상 간 비핵화 논의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리비아와 같나. 분단국가도 아니고, 핵을 갖고 있지도 않다"면서 "어떻게 (북한과 리비아가) 똑같나"고 일갈했다.

양 교수는 이어 "(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북핵 해법에 대해) 단계적·포괄적 해법을 줄기차게 얘기해왔다. 그게 현실적인 해법이다"며 "되고 안 되고는 협상을 해봐야 아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하겠다는 걸 못 믿으면 어떻게 비핵화를 하겠나"고 덧붙였다.

청와대 측도 북한과 리비아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번에 리비아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는데, 현재 북한과 리비아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북한에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한 것"이라며 "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사용하는 리비아식이란 건 완전한 핵폐기,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까지 폐기가 된 뒤에 무슨 제재 완화나 보상을 하는 그런 방식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리비아식 해법 같은 게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라고 돼있는데 실제로 리비아식을 들여다보면 크게 3단계를 거친다"며 "3단계 거치면서 그 단계마다 미국의 보상이 들어간다. 제재 완화와 이익대조표계산 그리고 연락사무소 개설이 그것이다. 완전한 핵 폐기와 폐기가 끝난 뒤에 보상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기보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한 발 물러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정창현 민족21 대표는 "(비핵화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타결돼야 할 것이고, 우리는 가교 역할이다"며 "남북 간 할 수 있는 큰 추상적 합의를 하고, 물론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성과는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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