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방중 기간 언급한 '단계적' 비핵화 조치는 비핵화를 명분으로 보상을 얻어 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김 위원장의 언급에는 북한의 비핵화뿐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 전략 무기 배치 계획의 중단 등의 의미가 담겨 있어 전반적으로 이번 단계적 조치 발언은 기존 북한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사진=신화망> |
29일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칼럼을 통해 과거 사례를 볼 때 '단계적 비핵화' 약속은 경제적 보상을 얻어내기 위한 북한의 '공(空)약'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신문은 북한이 지난 1994년 미국의 경수로 공급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기로 했고, 2005년 6자 회담에서는 에너지 원조에 대한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각각의 합의를 통해 중유를 받아냈음에도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 합의를 깼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5년 합의에서 북한과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6개국은 "단계적 방식"으로 비핵화를 이행할 것이라고 공동성명을 통해 말한 바 있다.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의 단계적 방식은 '하나를 이루면 하나를 보상해주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 방식이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뉴욕타임스(NYT)도 김 위원장이 제안한 한국과 미국과의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가 점진적인 핵무기 축소 협상에 대한 북한의 희망을 암시하지만 과거 회담서 질질 끌다가 결국 실패한 북측의 입장을 되풀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지금의 주요 차이점은 북한이 훨씬 더 많은 첨단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또 새로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협상 연장에 대해 별로 인내심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김 위원장은 방중 기간 단계적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NAR은 미국의 새 제재가 가해진 뒤 재작년 7월에 나온 김 위원장의 성명이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에 한국으로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한국으로 전략적 무기 배치 계획의 중단, 주한 미군의 철수 약속을 요구했는데, 이는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요구한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런 요구는 이번 방중 기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왔다는 해석이다.
로이터통신은 비핵화에 대한 다른 견해가 북미 정상회담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선언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워싱턴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관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핵무기와 핵무기 제조 시설을 가능한 빨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학자연맹의 아담 마운트 선임 연구원은 양측의 비핵화에 대한 다른 입장으로 어떠한 대화도 성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가 단계적 조치를 거부한다면, 그는 비이성적이고 기대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일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다른 참가인을 워싱턴에서 제외하고 혼자 힘으로 하려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