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태훈 기자] SK하이닉스가 참여 중인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인수전이 중국 정부의 불허로 차질을 빚고 있다.
3일 주요 외신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의 매각 기한은 지난달 31일에서 오는 5월 1일로 연기됐다.
도시바가 지난해 9월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를 2조엔(한화 약 20조원)에 넘기기로 합의하고 절차를 밟아왔지만, 중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반독점 심사승인을 받지 못해 1차 매각 시한인 지난달 31일을 넘겼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한다. 특히,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첨단 기술인만큼 국가간의 인수합병(M&A)에 있어서는 반드시 관련 국가에서 반독점 심사를 실시한다.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매각이 중국 정부의 불허로 차질을 빚고 있다.<사진=블룸버그통신> |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 안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필리핀, 대만 등 7개국으로부터 모두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당국의 심사만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의 매각 불허가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앞서 중국은 2015년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바 있다.
안기현 반도체협회 상무는 "만약 도시바 건(매각)이 처리가 안 돼 회사가 계속 위축이 되거나 파산이 되면 인력(도시바) 유출도 일어날 수 있다"며 "그렇게되면 중국은 낸드플래시 개발에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시바는 일단 계속 매각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지난달 말 공식성명을 통해 "언제 계약을 마무리할지 특정하긴 어렵지만, 도시바는 거래를 최대한 빨리 매듭지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도시바가 매각을 철회하고 다시 기업상장(IPO)에 나서거나 추가 매각협상에 있어 매각가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은 모기업의 자금난으로 출발한 문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위해 전략적으로 사업부를 매각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모기업의 생존문제가 달린 만큼 매각 외 다른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양태훈 기자 (fla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