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필두로 한 IT 섹터의 급락은 뉴욕증시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아시아와 유렵 등 주요국 증시의 기술주가 도미노 하락을 연출하고 있다. 전망도 흐리다. 월가의 공매도 상위 10위건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이 IT 섹터로 파악됐고, 관련 조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페이스북 <사진=블룸버그> |
연초까지 상승장을 놓칠세라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에 급급했던 투자자들이 불과 몇 달 사이 발을 빼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IT 섹터를 필두로 뉴욕과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주요 기술적 지지선을 뚫고 내리자 글로벌 증시 전반의 약세장이 본격화됐다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IT 섹터가 지난 3월 4%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4월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보다 하락 베팅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이날 시장 조사 업체 3S 파트너스 따르면 뉴욕증시의 공매도 물량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IT 섹터가 70%를 차지했다.
상황은 아시아 유럽의 주요 IT 종목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연초 이후 13% 급락했고, 리크루트 및 바이두 ADR이 각각 6.6%와 6.0%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애플이 2020년부터 자체 반도체 칩을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라 AMS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유럽 부품 업체들이 일제히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기술주의 급락은 주요 증시의 지지선을 무너뜨렸다.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지난 2일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처음으로 기술적 지지선 아래로 떨어졌고, 주요 지수가 최근 고점 대비 10% 하락했다.
영국 FTSE100 지수와 독일 DAX 지수는 연초 이후 8% 선에서 하락, 베어마켓 진입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두 <사진=블룸버그> |
IT 섹터를 필두로 한 주식시장의 하강 기류가 단시일 안에 종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파죽지세로 치솟았던 IT 종목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랭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 펀드매니저 가운데 38%가 가장 고평가된 종목으로 FAANG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꼽았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조사에서 앞으로 6개월 사이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가 31%에 그쳤다.
B.라일리 FBR의 아트 호간 이사는 WSJ과 인터뷰에서 “IT 섹터의 악재와 조정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는 양상”이라며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만큼 관련 종목의 하락 압박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주가 급락은 IT 섹터의 실적이 호조를 이룬 가운데 전개된 것이어서 더욱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자극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IT 업계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22% 성장해 S&P500 기업의 성장률인 17%를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난해 주가 폭등에 따라 부풀려진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53% 랠리했고, 애플과 알파벳도 각각 46%와 33%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이익 성장이 주가와 밸류에이션의 추가 상승에 동력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IT 섹터가 2000년과 흡사한 조정을 보일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인베스터의 레베카 오키프 투자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증시 전반에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은 가운데 주요 IT 종목들이 제각각 난제를 떠안고 있다”며 향후 주가 향방을 낙관하기 어려운 배경을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