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채송무 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성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를 공식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비핵화 외교전을 앞둔 북한이 과거 동맹 복원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9일~11일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공식 방문이 예정돼있다"며 "10일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양자 관계 현황 및 전망이 논의되고 한반도 사태 해결에 중점을 둔 핵심적 국제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숙소인 뉴욕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리용호, 남북-북미 정상회담 전 전방위 외교…왕이 中 외교부장과도 만나
최근 북한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정상외교를 앞두고 자국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외교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도 이같은 일환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로 악화됐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러시아 방문에 앞서 중국 베이징을 들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두 나라의 외교 고위급 인사들이 만난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인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별도 회담을 진행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리 외무상과 왕이 외교부장은 회동에서 향후 북중관계 협력 강화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의 의견을 교환했다.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에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은 정상간 외교를 통해 북·중·러 전통적 동맹 복원을 완료하게 된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리 외무상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면담에 대한 질문에서는 "크렘린 궁이 답할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리 외무상의 면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 북·중·러 협력 강화, 향후 비핵화 외교전에 중대 변수
북·중·러의 협력 강화는 향후 비핵화 합의와 관련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미는 북한과의 합의를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 합의 과정에 개입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북한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향후 외교전에서 한·미와 북·중·러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주장한 바 있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하고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을 내정하는 등 강경파로 외교 진영을 꾸리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하면 압박은 약화될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향후 중국은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러시아도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비핵화는 목적이 아니라 최고 지도자의 권력 지속과 국가 이익의 장기 로드맵 속에서의 수단"이라며 "우리 정부는 큰 그림과 세부적인 그림을 모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채송무 기자(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