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하루 거래 규모 5조1000억달러의 글로벌 외환시장이 조용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둘러싼 공포에 주식시장이 널뛰기를 하는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답은 간단하다. 앞으로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부터 승자 및 패자까지 어떤 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의 얘기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연이은 대규모 관세 발표로 맞불을 놓은 소위 G2의 최근 움직임이 실제 무역전쟁으로 치닫는 수순인지 아니면 단순한 설전인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특정 결과를 겨냥한 베팅이 사실상 불가능해 손발이 묶였다는 것.
5일(현지시각) JP모간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부터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 수치가 7.72 선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리스크가 고조된 데 따라 뉴욕증시가 연일 세 자릿수의 급등락을 보인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아울러 지난해 10 내외에서 등락했던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최근 20까지 뛴 것과도 대조적인 상황이다. 중국의 보복 관세에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달러화조차 등락폭이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외환시장 역시 정책 리스크에 크게 휘둘렸다. JP모간이 집계하는 글로벌 환시 변동성 지수는 2월 중순 9를 상회, 1개월 사이 6.5에서 가파르게 치솟았다.
외환시장이 G2의 무역 마찰이 위험 수위에 이른 것과 때를 맞춰 정적을 연출하는 것은 트레이더들의 혼란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라피키 캐피탈의 스티븐 잉글랜더 리서치 및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은 중-미 무역 마찰의 부정적인 측면에 무게를 두는 반면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에 비중을 싣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라보뱅크의 재니 폴리 외환 전략가도 로이터와 인터뷰를 통해 “시장 전문가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 것인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 5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수입 관세와 이에 상응하는 중국의 보복 관세가 계획대로 강행될 경우 해당 업계의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양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제 펀더멘털 역시 작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면으로 날을 세우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연출한 양국은 대화를 타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해당 업계와 투자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무역전쟁 리스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동을 일으킬 수 있어 트레이더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다만, 주요 투자은행(IB) 사이에 엔화 강세를 포함해 주요 통화에 대한 공통된 방향 예측이 없지 않다.
크레디트 스위스(CS)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 및 호주 달러화에 대해 엔화를 선호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무역전쟁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함께 주식시장 급등락에 따른 엔화의 투자 매력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셀 인베스트먼트 역시 정책 혼란이 지속될 경우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주가 낙폭에 따라 올해 달러/엔 환율이 9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