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G2가 벌이는 무역전쟁의 먹구름이 태평양 하늘을 뒤덮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두나라는 하루가 멀다하고 연일 상대를 향해 메가톤급 말 대포를 쏘아대고 있다. 미국이 500억달러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고 하자 중국 역시 한치 양보없는 똑 같은 강도의 보복관세로 맞 대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양측간 대치구도는 정면을 향한 두 기관차가 갈수록 더 속도를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보복관세의 레인지를 1000억달러로 올릴 뜻을 내비췄다. 중국은 WTO에 위배되는 301조 조사를 즉각 중단하라며 되받아치고 있다.
시장은 아주 불안한 표정이다. 중국증시는 이미 한바탕 G2가 벌이는 무역전의 참화를 입었다. 상하이지수가 2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고, 시장에는 유탄을 맞은 종목들이 쌓여가고 있다. 그나마 이번주 중국 증시는 청명절 연휴로 이틀이나 문을 닫은 덕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무역전의 한 당사자인 재계는 비록 정부의 강대강 대응을 지지한다고 천명했지만 실제 속은 말이 아닌 상황이다.
말 대포 정도의 기싸움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실제로 무역전쟁이 터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분위기대로 라면 미국이 5월말께 500억달러 상당의 대중국 관세폭탄을 터뜨릴 경우 중국은 이에맞서 즉각 약 1조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형태로 무역전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다. 40여년 경협의 근본 프레임이 망가지는 걸 미중 어느나라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 베이징 통상 전문가들은 중미간에 무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50% 이하로 보고 있다. 결코 무역전은 터지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사람들도 많다.
베이징의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상황의 국면전환을 위해 양국 무역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무역전이 일어나면 미국 또한 적지않은 출혈을 입을 것이라는 점에서, 극단적 상황까지 몰고 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이 입는 피해는 고스란히 트럼프에 부메랑으로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지다. 수출의 경제 비중이 30%대에서 18%로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지금 미국과 충돌하면 40년 개혁개방의 성과가 한방에 날라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미국을 상대하는데 있어 슈퍼강국이 되는 2050년까지는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는 게 중국 조야의 컨센서스다.
결국 현재로선 미중 양국간 무역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파국으로 가기직전에 대화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협상의 의제로는 중국이 완강히 거부하는 환율조정(위안화 절상)과 금융시장 개방, 수출 감축, 또는 대규모 ‘바이 아메리카’ 등을 예상해볼 수 있다. 중미에 편중된 우리 경협구조에 비춰볼 때 어떤 타협안이 나오든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은 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바로 또 하나의 당사자라는 관점에서 미중 무역전쟁 추이를 주시하고 사전 대응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