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 제품에 부과한 25%의 관세가 미국 농가를 강타했다.
대규모 관세 신설로 인해 자동차와 건설업 등의 타격이 점쳐졌으나 예상치 못했던 농가에서 볼멘 소리가 번지고 있다.
중국에 수입된 옥수수 <사진=바이두> |
반면 중국 농가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국산 농산물이 홍수를 이루면서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작물 가격에 허리가 휘었던 중국 농민들은 양국의 관세 전면전에 크게 반색하는 표정이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에서 곡물을 재배하는 루카스 스트롬 씨는 지난달 7만1000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저장 시설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계획을 취소했다.
저장 시설을 세우는 데 필요한 원자재인 철강 가격이 하루 사이 5% 치솟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도입한 이후 가격이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사정은 미국 전역의 농가가 마찬가지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미국 일자리 보호와 국가 보안을 앞세운 관세가 지난해 자신을 백악관에 입성시킨 표밭에 일격을 가한 셈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원자재로 하는 각종 농기계와 인프라 비용이 가파르게 치솟았고, 노후된 기계류와 설비 교체를 계획하고 있다가 이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정책자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로, 공격적인 보호주의 정책의 파장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이 콩류와 돈육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본격 시행할 경우 충격이 더욱 클 수 있어 미국 농가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농산물 저장 시설 업체인 A&P 그레인의 데이브 알터페터 대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관세가 발표된 이후 수입품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제조되는 철강과 알루미늄까지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미국 철강 업계는 1년에 한 차례 통상 1분기에 가격을 조정하지만 올해는 이미 가격이 네 차례에 걸쳐 인상됐다”고 전했다.
관세는 디어와 캐터필러 등 농기계 제조업체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비용이 뛴 데다 농가의 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익성에 흠집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미국 농가에 공급된 철강은 9만5000톤에 달했다. 가뜩이나 2013년 이후 소득이 절반 이상 줄어든 미국 농가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과 무역 마찰로 피멍이 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농가의 순이익은 지난해 649억달러에서 올해 595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중국 농가의 표정은 희색이다.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에서 곡물을 재배하는 류 콩 씨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반갑기만 하다.
중국 정부가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곡물 가격이 상승해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ABC와 인터뷰에서 “미국산 콩이 밀려들어오면서 가격을 압박했다”며 “이들은 늑대처럼 달려들면서 중국 농가를 위협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산 콩류의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중국이 사들인 물량은 미국 전체 수출량의 60%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콩을 포함한 주요 국물과 가축에 대해 총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 관세가 본격 시행될 경우 미국 농가의 중국 수출 규모가 최대 70% 가량 급감할 것이라고 ABC는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