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국가정보원 예산을 증액해주는 명목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공여·수수한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로 언성을 높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최 의원에 대한 1차 공판에서는 최 의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이병기 전 원장이 증인으로 나서 1억원에 대한 공방을 이어갔다.
이 전 원장은 증인신문에서 “당시 댓글사건, NLL 대화록,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등으로 국정원 예산을 줄인다고 난리 났던 시기”라며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기재부 쪽에 원장님이 전화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했고, 예산 편성 후 특수활동비 등 (재정적) 여유가 있는 국정원이 고생한 기획재정부 직원들 격려 차원에서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원장은 “제 딴에는 선의라고 한 게 최 의원께 괴로움을 드린 것 같아서 인간적으로 괴롭다”며 “정신적인 위기도 있었지만 책임을 면하기 위해 변명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이 기회에 국정원 특활비를 다 없애도 괜찮을 거 같다. 그게 있는 동안은 (이런 사건이)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 의원은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이 끝난 뒤 입을 열었다. 최 의원은 “이 전 원장이 내게 전화한 사실이 없다. 전화한 게 딱 한 번 있는데, 사적인 부탁으로 기억한다”며 “증인신문을 들으면서 (이 전 원장이) 모른다는 사실에 입각해서 계속 진술을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검찰의 의도에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 전 원장은 “저는 그렇게 어리석은 놈 아니다. 최 의원은 제게 성완종 리스트 당시 검찰 조사 좀 안 받게 해달라고 전화했다. 그리고 김태환 의원이 공천 못 받았을 때도 했다”고 맞받아치자 최 의원이 “그런 적 없다”고 소리쳤다.
양측은 공방을 이어가다 재판부가 제지하자 이내 멈췄다.
최 의원은 지난 2014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예산 증액 명목으로 1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조사 결과 최 의원은 1억원을 받은 뒤 이듬해인 2015년 국정원 예산안을 5.3% 증액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공판은 2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며, 이 전 원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최 의원에게 건네라는 지시를 받고 전달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불러 증인신문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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