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의 약값을 문제 삼아 공급 중단을 통보하거나 신약 시판을 꺼리고 있다. 대체약이 없는 경우 환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는 간암 치료법인 '경동맥화학색전술'에 사용되는 조영제인 '리피오돌'의 약값 500% 인상을 요구했다. 약값이 인상되지 않으면 더는 약을 한국에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게르베 측은 리피오돌의 한국 공급가가 앰플당 5만2560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다국적 社 "약값 올리지 않으면 의약품 공급 중단"
리피오돌 <사진=게르베코리아> |
보건당국은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리피오돌 조영제 약값 인상의 적정성을 검토 중이다.
낮은 약값을 이유로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해외 항생제 신약들도 있다. 2014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허가를 받은 항생제 신약은 모두 6개다. 이 중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없다. 2015년 이미 국내 판매허가를 받는 슈퍼항생제 신약 '시벡스트로'도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항생제 약값 책정 특성상 적정한 약값을 받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기존 항생제와 복제약의 가격을 포함해 산출하는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약값을 결정한다. 만약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제약사들은 경제성 평가를 통해 대체 약제 대비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큰돈을 들여 신약을 개발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의 약값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더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의 보완을 요구하기도 했다.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는 국내 임상시험, 연구·개발(R&D) 투자 등 보건의료 향상에 기여한 약제의 약값을 우대하고 등재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약값에 대한 목소리를 낸 만큼 앞으로 다른 나라들도 약값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 복지부 "약값 단순 비교하지 말아야"… 마음 졸이는 환자들
그러나 한국의 보험 건강 제도 특성 등을 고려하면 무조건 약값을 올리기도 어렵다. 약값을 올릴 경우 건보재정에 부담이 되고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나라마다 보험제도와 약값 책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약값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건보재정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의약품을 독점 공급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를 빌미로 지나치게 약값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주도권을 가진 제약사가 공급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약값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약값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리피오돌의 경우에는 대체의약품이 없다. 약 공급이 중단되면 환자들은 경동맥 화학색전술 보다 비싼 표적항암제나 간 절제술 등을 받아야 한다.
복지부 측은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약제 공급사와 협의를 통해 의약품이 원활히 공급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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