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잇단 불명예 퇴진…文정부 금융개혁 속도조절?

금융권 "개혁 강도 약해질 것…경직된 방향 재설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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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셀프 후원' 위법으로 취임 2주 만에 사퇴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채용비리로 물러난 데 이은 불명예 퇴진으로 금융권 안팎은 뒤숭숭하다. 민간 출신 금감원장을 내세워 진행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금융 개혁도 속도를 조절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17일 밝혔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원장의 '5000만원 셀프 후원'에 대해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 후 김 원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이제 내려놓겠다"며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저는 비록 부족하여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하셨던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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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가진 은행권 남녀 성차별 채용 관련 긴급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당장 금감원 앞에 놓인 과제부터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채용비리 의혹 점검, 삼성증권 배당 사고 처리, 한국GM 등 기업구조조정 등 현안이 쌓여있다.

중장기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도 남아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개혁'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고 "국민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갑질, 부당 대출 등 금융 적폐를 없애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업무 운영방향에서 금융소비자를 외면하고 금융회사나 상품판매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금융회사의 비합리적인 영업행태를 개선하는데 검사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이나 이에 따른 금융권 황제 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채용비리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김기식 원장도 금융개혁에 강도높은 목소리를 냈다. 신한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검사 칼을 다시 꺼내드는 한편 제2금융권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를 예고했다. 또 삼성증권 배당 사고에 대해서도 '엄중한 조치'를 강조하며 철저한 사고수습을 주문했다. 저축은행을 향해서는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사이에 금감원장 2명이 낙마하면서 금융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채용비리, 셀프후원 등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감독당국의 권위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수장이 없는 공백 상황이 길어질 경우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할 돌파구 찾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인력풀에 한계를 나타내면서 금융개혁의 강도가 과거보다는 희석될 수 밖에 없다"며 "금융은 시장,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면서 3차, 4차 방정식으로 풀어야 하는데 너무 개혁에만 치우친 인물들이 와서 염려한 부분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금융개혁의 방향부터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을 '적폐'로 낙인찍는 경직된 개혁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금융을 적폐로 보면 그 부메랑이 되돌아올 수 밖에 없다"며 "시장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제도적으로 접근하고 이에 대한 부작용까지 고려하면서 유연하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치적인 문제로 접근해 코드 인사를 내세울 경우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의 사퇴로 금감원 내부 개혁도 구심점을 잃었다. 김 원장이 지난 11일 경영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며 개혁에 힘을 실었지만, 추진 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당초 계획대로 TF를 만들어 인력 및 조직운용의 효율화 등 경영시스템 전반에 걸친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구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가동 시점도 못 잡은 상황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지금 TF를 구성하는 단계이고 아직 정식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원장이 돌발적으로 그만두긴 했지만 계속해서 추진해 갈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미 연이은 수장 교체와 조직 개편으로 피로감이 높다. 최흥식 전 원장 취임 이후 임원 13명을 전원 교체하고 부서장의 85%를 교체하는 최대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차기 원장이 취임할 경우 또 다른 조직개편이나 개부개혁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원장이 와도 현재 금감원이 추진하려는 개혁의 방향과 크게 다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원장의 지시라기 보다는 직원들이 주체적으로 금감원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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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검사업무 운영방향 및 중점검사사항 <이미지=금감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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