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역사적인 한반도 외교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미일정상회담에서 "세계 문제(북핵)를 해결할 큰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북한과 매우 높은 급, 극히 높은 급에서 직접 대화를 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극히 높은 급의 직접 대화는 그동안 북미 대화를 주도해왔던 마이크 폼페이오 CIA(중앙정보국) 국장 겸 국무장관 내정자와 김정은 위원장의 접촉이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포스트지는 같은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하며 폼페이오 장관 내정자가 3월 31~4월 1일인 부활절 주말에 평양으로 들어가 김 위원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김 위원장과의 접촉에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방북 이후인 지난 12일 상원 외교위원회의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을 통해 포괄적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두 지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들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미국 정부가 그런 조건들을 적절하게 마련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가 대화를 통해 미국과 세계가 절실히 원하는 외교적 결과를 달성하는 길을 열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고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비핵화·종전협정 청신호" vs "기만용, 핵 포기 안할 것"
김 위원장이 이처럼 직접 대화에 나서고 있는 점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이 비핵화 등 최고 지도자가 나서야 할 중대 결단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었다.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큰 그림을 그리고 미국에게 계속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북미 정상회담도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보면 비핵화나 종전협정에 청신호인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조진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실무자들이 협의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한국, 미국, 중국에게도 이야기했으니 북한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북한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도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고 싶지만 미국이 의지가 없었다고 말해왔다. 이번에도 우리가 성의를 보였으니 미국도 보이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며 "비핵화 대신 체제 보장인데 이에 대한 신뢰를 보여달라는 의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의 의견은 달랐다. 박 원장은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없다. 기만용"이라며 "국가 안보와 같이 중차대한 문제를 낙관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미국은 북한에 속아도 극단적이지만 한국만 포기하면 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박 원장은 "(김 위원장의) 고도의 기만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며 "김 위원장이 핵을 독단적으로 포기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며, 미국의 체제 보장을 합의문이라는 종이 한 장으로 믿을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