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한국GM(제너널모터스) 임금단체협상이 디데이(D-Day)를 넘겼지만 당장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분 17%를 가진 산업은행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말에도 노사가 막판협상을 지속할 전망이다.
20일 법조계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통해 파산과 회생 중 하나를 신청할 수 있다.
파산신청은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의미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 GM이 파산신청을 할만한 이유는 한국GM에 빌려준 돈 27억달러를 공장 등 시설을 매각해 즉시 회수하고 남은 자산은 지분 만큼 미국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다. 법원은 파산신청 후 1개월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GM 본사는 즉시 자금회수가 가능하다.
<사진=한국GM> |
그러나 산은이 반대할 것이 확실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은은 현행 도산법상 회생 및 파산신청이 가능한 자본금 10%에 해당하는 지분 또는 채권을 가진 대주주다. GM이 파산신청을 하면 산은은 회생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법원은 통상 파산보다 회생을 우선해 처리한다.
또한 파산 시 채권변제 순서에서도 GM이 불리하다. 가장 먼저 공익채권(3개월 임금채권, 소액보증금, 공익비용)을 변제해준 뒤 남은 자산을 정리해 담보채권에 우선하는 세금관련 채권->담보채권->기타임금채권(급여 및 퇴직급여)->무담보채권 순으로 돌려준다. GM이 한국GM에 대해 갖고 있는 채권은 부평이나 창원공장 부지를 담보로 제공하지 않은 무담보채권으로, 변제순서로는 거의 꼴찌다.
회생신청하면 1주일 안에 법원의 결정이 나온다. 재산보전처분 명령이 우선 내려져 한국GM의 모든 자산에 대한 처분 등 행사권리가 중단된다. 회생개시 결정은 4개월안에 나오는데, 이 때 법정관리인이 선임돼 경영 전반을 관리한다. 법원은 통상 회사를 잘 안다는 이유로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한국GM은 카허 카젬 사장 등 GM 본사 소속 외국인 임원이어서 법원이 선택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제3자를 선임할 가능성이 큰데 이럴 경우 GM의 경영 간섭은 매우 제약된다.
한국GM이 회생절차로 다시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다. 산은은 GM 본사도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신규 자금을 투입할 이유가 적다. 결국 한국GM은 정리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GM은 투자금을 일부 손해 입어도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고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만 피해자로 남을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국GM 노사가 주말에 이어 내주에도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GM본사가 빌려준 대출금 만기는 20일지만, 임금과 산은 대출금 등은 내주 27일까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한 중인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KDB산업은행(산은)에 "27일 투자확약서를 제출해달라"며, 노조와의 임단협보다 시한을 길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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