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동진 기자 = 북한이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과 6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21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지난 11월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사진=북한 노동신문> |
◆ 美 전문가 "北 발표에 폐기 내용 포함 안돼" 지적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23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표에는 어떤 것을 폐기하거나 없앤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긍정적인 진전이지만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현 상황은 핵무기나 핵 물질에 대해 감시만이 아닌 폐기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단계"라며 "비핵화는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이를 검증하는 내용도 담겨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된다면 IAEA의 전문성을 뛰어넘는 문제"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로 폐기돼야 하는 모든 것들을 검토해보고, 이를 총괄하는 기구가 IAEA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등에 임무를 맡기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 21일 VOA에 "중요한 건 핵시험장 폐기가 아니라 비핵화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하지만 이번 선언만큼은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를 투명성 있게 발언한 전례는 없다"며 "이번 선언으로 핵실험장에 대한 미국의 접근이 허용된 건 아니지만 곤란한 문제였던 '접근'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정말 관심이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그런 조건을 고수한다면, 핵 폐기와 검증 과정에서 북한의 핵 개발 수준에 대한 많은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생산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다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의회 <사진=블룸버그> |
◆ 미 의회 "김정은 발표에 회의적이고 신중히 접근 중"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CNN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은 비핵화에 관한 결정을 쉽게 바꿀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김정은의 이번 발표에 대해 회의적이고 신중하게 접근 중"이라고 밝혔다.
코거 위원장은 이어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어떤 것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팀 카튼 상원의원 역시 이날 CBS에 출현해 "북한의 발표가 지속되는 핵·미사일 실험보다 낫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라며 "김정은의 이번 결정은 쉽게 뒤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매개체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부연했다.
카튼 의원은 이어 "그러나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라며 "북한이 미국에 회담을 요청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어떠한 모멘텀이 미국에 있다는 것을 김정은이 깨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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