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체포영장을 통한 피의자 체포 과정에 수사기관이 별도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지 등을 수색할 수 있게 한 형사소송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김학선 기자 yooksa@ |
헌법재판소는 26일 서울고법이 영장 없이 강제수사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둔 형사소송법 216조가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되는지 판단해달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 3월 31일까지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도록 요구했다. 시한까지 해당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2020년 4월부터 효력이 상실돼 긴급 체포가 필요한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진다.
이번 심판 대상이 된 형소법 216조는 검사나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는 경우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건물을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영장주의 예외에 대해 “헌법에는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으나 헌법 제 12조·16조의 취지 등에 비추어 제한적으로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심판 대상 조항은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을 구별하지 않아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인정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12월 경찰은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며 대정부 파업을 벌인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김모씨 등 집행부 10여명을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을 수색하려 했으나 A씨 등이 경찰을 폭행·협박하며 저지하자 이들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A씨 등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의 근거가 된 형소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2심인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 판단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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