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용 기자 = 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온 사법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노동조합의 업무방해죄를 불기소처분하는가 하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영자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하는 등 과거 분위기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불법파업 혐의로 기소된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들을 최근 불기소처분했다.
이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기소유예 의견을 권고한 데 따른 것으로, 기아차 노조 간부의 불법 파업에 대해 일부 혐의를 인정했지만, 정상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고 종결한 것이다.
기아차 노조 간부들은 지난 2015년부터 이듬해까지 총 세 차례 불법파업한 혐의를 받아왔다.
노조와 사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등을 두고,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갔고, 사측이 이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면서 법의 판단에 처할 뻔 했다.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서울 강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2018.04.30. sunjay@newspim.com |
검찰의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수심위 출범 이후 이뤄진 첫 사례로,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기업 보다 인권 보호 등을 중시하는 정부 기조가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단적으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성기업 유시영 대표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과거 판결을 살펴보면 법은 근로자에게 엄격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노동자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선고율은 83.7%에 달한다.
10명 중 8명은 처벌받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노동형사사건 중 근로기준법 위반 1심 재판에서 경영자의 실형율은 5.2%에 불과했다.
실제 지난 2015년 울산지법은 회사의 차량생산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금속노조 전 위원장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2014년에도 광주지법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철도노조 순천지방본부장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는 등 유죄로 판단했다.
또 같은해 대법원은 삼성전자 천안공장 근로자 투신자살로 회사에 항의한 노조원 C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 근로자에게 엄한 판결이 이어져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노조엔 가혹하고, 사측엔 관대해왔던 사법당국의 변화가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며 사법부의 변화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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