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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해외여행 2400만명 시대…e-티켓만큼 중요한 에티켓도 챙기셨나요?

기사등록 : 2018-05-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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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유정 여행전문기자 = 지난해는 5월과 10월 황금연휴가 두 번이나 있어 역대 최다인 출국자 수 2400만 여 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황금연휴가 있지 않아도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YOLO(You only live once: 한번 사는 인생), 혼행(혼자 하는 여행) 등의 트렌드가 자리매김하면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을 짧게 여러 번 다녀오는 여행객이 많아져 2700만 출국자를 예상하고 있다.

문화스포츠부 김유정 여행전문기자

출국객 2700만명 시대를 목전에 앞두고 해외여행의 에티켓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에티켓이란 프랑스 어로 예의범절을 익힌 사람이 왕실에 출입할 수 있는 티켓에서 유래했다. 해외여행이 e-티켓(전자항공권) 없이 불가능하듯이 에티켓도 e-티켓만큼이나 필수적이다.

지난해 8월 싱가포르 공항에서 아이를 동반한 여행객이 공항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공항 소파 등받이를 뽑아와 바닥에 깔아 아이 침대로 사용하고 쓰레기로 주변을 더럽히는 등의 행동을 했다는 글이 한 포털게시판에 올라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해외에 비교적 많이 나가는 여행기자로서 큰 소리로 대화를 하거나 아이를 부르거나 혼내거나 하는 모습은 자주 목격하는 상황이라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여행객 사이에서 꿀팁이라며 공유되는 비매너 행동 역시 여행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자주 전해듣는 이야기다. 첫날은 스탠다드 룸을 예약하고 다음날부터 그 윗 단계 룸을 예약한 후 첫날 룸도 무료 업그레이드를 요구한다거나, 호텔 수영장 카바나(쉴 수 있는 공간)를 짐으로 채우고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해 유료화됐다거나 노쇼(No show)가 많아 한 일본 식당은 한국인의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다.

한번은 가족여행객이 많은 괌을 찾았을 때이다. 바닷가 바로 앞에 오션뷰를 바라보며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은 햄버거 가게를 들렀다. 한국인 사이에서도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알려진 곳인 만큼 한국 여행객이 많았다.

이때 한 대가족이 자리에 앉자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땀으로 젖은 사람이 아이 머리에 테이블에 놓인 롤티슈를 이용해 베개를 만들어 받치는 게 아닌가. 또 티슈를 길게 끊어 아이를 위한 이불로도 사용했다. 게다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 아이 둘로 이뤄진 가족 6명이 메뉴 2개만 시키더니 컵라면과 김치통을 꺼내어 함께 먹는 것이었다. 나중에 그들이 돌아간 후 미국인 종업원이 접시를 더러운 쓰레기를 집듯이 엄지와 검지만 이용해 잡을 때는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인천국제공항=뉴스핌] 김유정 여행전문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품을 정리하고 있는 중국인여행객. youz@newspim.com

비행기 안에서 이착륙 시에 일어나면 안 된다는 승무원의 지시를 무시하고 서서 짐을 정리하는 승객,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이 불편하니까 등받이를 뒤로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여행객, 등받이를 계속 발로 차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 만지지 말라고 써있는 전시물을 만지는 여행객 등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한국인 관광객의 모습을 열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지역에서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가는 중국인 여행객만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공항에서 출입국할 때도 마찬가지다. 출국 전 짐 검사를 위한 줄을 서있을 때는 앞 순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바로 뒷사람도 아닌 그 뒷사람의 뒷사람이 앞사람을 밀치고 바구니를 꺼낸다. 어차피 공항직원이 순서대로 한사람의 짐을 모두 검사해야 통과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천국제공항=뉴스핌] 김유정 여행전문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짐을 기다리는 여행객의 모습 youz@newspim.com

공항 입국 시 수하물을 찾을 때야말로 대혼란이다. 캐리어가 나오는 컨베이어벨트 바깥으로 카트 선이 그어져 있고 가까이 매달리지 말라는 표시가 있음에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컨베이어벨트 가까이 달라붙어 위험할 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짐을 꺼내기도 어렵다. 카트에 어린이를 앉히지 말라고 명시돼 있는데 어린이를 앉힌다거나 캐리어가 떨어지는 칸막이에 어린이를 보호하라고 표시돼 있어도 거기에 매달린 어린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카트를 지정된 곳에 두지 않고 자기 편한 곳에 버리고 가는 것은 예삿일이다.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비행기의 컨베이어벨트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특히 핀란드 헬싱키공항에 입국했을 때는 한 명도 선을 넘는 사람이 없어 오히려 놀란 적이 있었다.

여행의 즐거움을 망칠 만큼 엄격한 에티켓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의 여행의 즐거움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배려, 해외에 나간 수많은 한국인 중 한명인 내 자신이 한국을 대표할지도 모른다는 마음가짐이 모두가 더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youz@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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