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정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산업 육성을 위해 3000억위안(474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은 미국 최고위 관료들과 무역 협상이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 제재를 받은 중국 ZTE [사진= 로이터 뉴스핌] |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3000억위안 규모로 새로운 기금을 조성해 반도체를 포함한 IT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폭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첨단 반도체 칩과 그래픽 프로세서의 설계 및 생산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금의 일부를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차세대 IT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는 미국과 현격한 거리를 두고 있는 IT 경쟁력을 향상시켜 격차를 최대한 좁히는 한편 이른바 ‘중국 제조 2025’를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기술을 향상시켜 외국 기업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문제를 앞세워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및 자산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자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은 더욱 절박한 사안이 됐다.
문제는 가뜩이나 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강한 불만을 내비친 트럼프 행정부의 심기를 또 한 차례 건드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보고서에서 전략적인 국가 발전 계획에 정부 기금이 크게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4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직접 나선 이틀간의 무역 협상에서도 미국 측은 중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가전략문제연구소의 윌리엄 라인츠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새로운 기금 조성이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의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이 글로벌 시장 전반의 공급 과잉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철강 과잉 생산에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같은 논리로 중국의 IT 관련 정책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의 한 경영자는 중국 정부의 새로운 기금 조성 움직임이 미국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새 기금 마련 계획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