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달러화 상승 기류에 지구촌 곳곳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채 수익률과 함께 달러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자 이머징마켓 자산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외환보유액이 대폭 줄어든 한편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페소화가 곤두박질치는 등 파열음이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은 달러화 상승 기류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이다. 월가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이른바 ‘약달러 버블’이 터지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충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7일(현지시각) 달러 인덱스는 0.3% 가량 오르며 92.9까지 상승,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로화와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화 가치가 올들어 최고치로 뛴 것.
지난 2주 사이 강달러 흐름이 전개되면서 이미 신흥국 통화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4월 비농업 부문의 고용 지표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달했다는 소식에도 달러화가 오름세를 지속하자 추가 상승을 점치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파장은 이미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머징마켓 통화의 급락과 관련 자산의 매도 공세에 그치지 않는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4월 외환보유액이 3조1200억달러로 파악, 전월 대비 180억달러 감소한 동시에 5개월래 최저치로 줄어들었다. 이번 수치는 월가의 예상치인 3조130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외환보유액은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는 달러화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유로화와 엔화 등 외환보유액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통화와 해당 자산이 강달러로 하락 압박을 받은 결과라는 해석이다.
ING의 아이리스 팡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달러화 상승이 지속될 경우 자본유출이 재개될 것”이라며 “지난달 외환보유액 감소는 강달러에 따른 다른 통화 표시 자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40%로 끌어올렸다. 특정 국가의 기준금리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는 수위까지 인상을 단행한 것은 페소화 방어를 위한 것이었지만 전략은 빗나갔다.
지난주 페소화가 달러화 대비 6%를 웃도는 급락을 연출하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아르헨티나가 신뢰의 붕괴로 인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터키 역시 리라화 가치가 수직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10%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에 비해 두 배 높은 수치다.
펀드 업계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주 이머징마켓 펀드에서 1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 16개월만에 처음으로 2주 연속 ‘팔자’를 기록한 것.
월가는 혼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에스더 라이첼트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약달러 버블이 무너지고 있고, 파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운 브러더스 챈들러의 마크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신흥국 통화가 거센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중심으로 앞으로 공개되는 미국 경제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JP모간이 집계하는 신흥국 통화 가치는 지난 한 주 사이 1.7% 하락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