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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다, 67조원에 샤이어 인수 합의...‘藥’일까? ‘毒’일까?

기사등록 : 2018-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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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어 인수로 '신약'과 '시장' 모두 손에 쥐어
글로벌 영역 확장으로 수익성 향상 기대
막대한 인수 자금으로 인한 재무 리스크는 '독'

[편집자] 이 기사는 5월 9일 오후 1시2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최대의 제약회사 다케다(武田)약품공업이 아일랜드의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Shire) 인수에 최종 합의했다. 인수 금액은 총액 460억파운드(약 67조원)에 이른다.

일본 기업의 해외 M&A(인수합병)에서는 2016년 소프트뱅크의 영국 반도체회사 암(ARM) 인수(약 33조원)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전 세계 제약 업계에서도 지난 2000년 미국의 화이자가 워너램버트를 1120억달러(약 121조원)에 인수한 것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이다.

9일 아사히신문,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다케다는 샤이어 주주들에게 주당 30.33달러(약 3만2700원)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다케다가 발행하는 신주 0.839주를 준다. 이 경우 인수 비용은 주당 49.01파운드(약 7만1600원)로, 이는 지난 3월 말 다케다가 제시한 최초 인수 금액보다 5파운드가 오른 가격이다.

몇 번의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결국 샤이어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다케다는 매출액 300억달러(약 32조원)가 넘는 거대 제약사로 발돋움하며 세계 톱10에 진입했다.

현재 세계 제약 업계 매출 순위는 화이자와 로슈, 노바티스가 400억달러 이상으로 1~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존슨앤존슨, 사노피, 머크가 3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그 뒤를 잇고 있다. 다케다는 이번 샤이어 인수를 통해 세계 7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일본 다케다약품공업 [사진=로이터 뉴스핌]

글로벌 영역 확장으로 수익성 향상 기대

샤이어 인수를 통해 다케다는 미국 시장 등 글로벌 영역 확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다케다의 핵심 영역인 소화기 질환, 암, 중추신경계 질환, 백신 분야에다 샤이어의 희귀질환이나 혈액 분야를 더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기대되는 것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이다. 시장 규모만으로도 세계 2위인 일본을 세 배 이상 상회한다. 특히 샤이어는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이 많고, 전체 매출 비중에서도 6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다케다는 미국 시장의 매출 비중이 30% 정도이다.

또한 샤이어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 판매망을 갖고 있다. 다케다는 샤이어 인수로 해외 판로를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 매출 비중도 현재 30%에서 50%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일 아사히신문은 “다케다는 샤이어 인수를 통해 미국과 일본이라는 세계 양대 시장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는 양사의 합병으로 사업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 업계는 신약 개발 등 장기적인 투자를 M&A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수익 공헌이 큰 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샤이어는 세계 최대 혈우병 치료제 생산 기업이며, 혈액과 면역계통 희귀 질환의 치료제에 강점을 갖고 있다. 개발의 최종 단계로 보건 당국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신약도 7건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에도 1건의 승인을 얻었다.

종래 최대 수익원이던 당뇨병 치료약 특허가 끝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다케다는 샤이어 인수를 통해 신약 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수익력도 크게 개선할 방침이다.

크리스토프 웨버 다케다 사장은 “소화기나 신경계 등 종래 중점 분야의 연구 개발을 더욱 강화하고, 혈액 등 희귀 질환 분야를 추가하면서 각 분야의 시너지를 통해 수익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수 효과보다 재무 악화 부담이 더 클 것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신보다 시가총액이 큰 회사의 주식 전량을 매수하는 M&A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샤이어의 인수 금액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막대한 인수 자금으로 인한 재무 리스크에 다케다가 발목을 잡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케다가 샤이어에 최종적으로 제시한 인수 금액 460억파운드는 다케다의 2016회계연도 매출액의 4배에 이르는 규모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케다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쓰비시UFJ은행 등 복수의 금융기관에 3조엔 규모의 융자를 신청한 상태다.

재무 악화에 대한 우려로 다케다의 주가도 하락 기조에 있다. 최근 3개월 간 다케다의 주가는 6500엔 선에서 4500엔 선까지 2000엔 가까이 빠졌으며, 9일 현재도 도쿄 주식시장에서 다케다의 주가는 전일비 2% 이상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케다약품공업의 최근 6개월 간 주가 추이.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다케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시작했다. 일본의 신용투자정보센터(R&I)는 8일 “샤이어 인수로 사업은 강화되겠지만, 재무 부담이 이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S&P글로벌레이팅도 “은행 차입금만으로 최대 3조엔 규모의 채무가 발생한다. 수익성은 향상되겠지만 부채 삭감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은 사업 측면에서 기대되는 플러스 효과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등급 하향 검토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S&P글로벌레이팅이 부여한 다케다의 신용등급은 ‘A-’이지만, 향후 재무 악화 여하에 따라 최대 두 계단까지 하향조정 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다케다는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 몇 건의 대형 M&A를 성사시켰다. 지난 2008년에는 미국의 밀레니넘 파마슈티컬스를 약 9000억엔에, 2011년에는 스위스의 나이코메드를 약 1조1000억엔에 인수한 바 있다. 웨버 사장 취임 후인 지난해에도 미국의 아리아드 파마슈티컬스를 약 6000억엔에 인수했다.

웨버 사장은 “(경영) 전략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며 M&A 성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들 대형 M&A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아직까지 수익에 대한 공헌은 한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다케다의 샤이어 인수가 최종 성립되기 위해서는 양사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샤이어는 출석 주주의 4분의 3 이상, 다케다의 경우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또한 다케다는 신주 발행에 대해서도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아직은 최종 인수를 예단하기 어렵다.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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