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술 마시고 휴대폰을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굳이 스마트폰을 바꿀 이유가 있나요?" 스마트폰 고객 A씨의 말이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매년 폰을 '갈아탔던' 시절은 이제 옛말,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며 휴대폰 제조사들의 가격 정책 역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9일 LG전자는 11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하는 새 전략 스마트폰 G7의 출고가를 공개했다. G7 출고가는 89만8700원으로 전작 G6의 출고가 89만9800원 보다 1100원 낮아졌다.
◇LG전자, G7 전작보다 1100원 낮은 가격에 출시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이 제품 출시 전부터 강조했던 '합리적인 가격'은 전작 대비 출고가를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LG전자는 "G7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전작보다 카메라 화소가 전후면 모두 300만 화소씩 높아졌고, 화면은 0.4인치 커져 업그레이드됐다"면서 "반면 업그레이드로 올라간 재료비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가격의 거품을 거둬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출고가 하향은 소폭이긴 하지만 최근 1~2년 새 나온 스마트폰 플레그십 모델의 출고가가 대부분 전작 대비 올랐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9의 당시 출고가는 95만7000원으로 전작 갤럭시S8의 출고가 93만5000원 대비 2만2000원 올랐다.
지난해 9월 LG전자에서 출시한 V30의 당시 출고가는 94만9300원으로 전작 V20 출고가 89만9800원에 비해 4만9500원 높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G7는 다른 회사들이 프리미엄 제품에서 쓰고 있는 올레드 패널을 쓰지 않았고,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기능도 없어 전작과 비슷하게 가격을 책정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9+ 출시 두달만에 7.7만원 하향
삼성전자의 갤럭시S9플러스의 경우 최근 출고가를 115만5000원에서 107만8000원으로 7만7000원 내렸다.
업계에선 갤럭시S9플러스가 출시 2개월 만에 출고가를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출고가 하향 조정은 출시 이후 1년 정도 지났을 때 진행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출고가 하향 조정은 통신사들의 결정"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갤럭시S9의 인기는 전작 S8 보단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스마트폰의 가격 변화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며 플래그십 모델 수요가 과거에 비해 정체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베이스트리트 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2014년 1년 11개월에서 올해 2년 7개월로 길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들어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소비자의 스마트폰을 교체시키려는 유인책을 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LG전자 'LG고객 안심보상 프로그램', 삼성전자 '특별보상혜택' 등은 플래스십 모델 스마트폰 신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기존 사용하던 단말기를 반납하면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보상판매는 당장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일으킬 순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비용이 들고, 중저가폰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작용이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X의 부진으로 고가폰 경쟁은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플렉시블폰(휘어지는 폰) 등과 같이 또 다른 차원의 변화가 스마트폰에 일어나기 전까진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트렌드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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