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0일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3월 "진에어를 세계 1등 LCC로 만들겠다"며 대표직에 오른 지 불과 48일 만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조 회장의 심적 부담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전날 조양호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권혁민 정비본부장을 대표이사에 신규선임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진에어는 기존 조양호‧최정호 대표에서 최정호·권혁민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이번 결정은 조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온 첫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 대표이사에 취임한지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진에어가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상황에서 사임을 결정한 터라 더욱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진에어 측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만 짧게 밝혔다. 지난달 조 회장이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하겠다"며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대한항공 부회장에 보임한 것과 같은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항공면허 취소를 검토하는 등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분위기가 조 회장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는 등 앞으로도 진에어의 경영에 참여할 의지를 보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진에어 면허 취소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며 "조 회장이 굉장히 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현재 국토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불법 재직 논란과 관련, 항공면허 취소를 포함해 다양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진에어에 대한 청문회까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면허취소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어떻게 할지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전무(조 에밀리 리)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를 지내다 사임했다.
그러다 지난달 '물컵 투척' 사건 이후 현행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국적항공사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진에어 측은 "당시 논란의 소지가 있어 조 전무가 사임했다"고만 밝혔다.
한편, 이날 조 회장이 진에어 대표직에서 사임한 직후 다른 계열사에서의 추가 사임 가능성도 일부 거론됐으나 아직까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현재 조 회장은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 정석기업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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