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홍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불똥이 '남녀갈등'으로 번졌다.
지난 1일 홍익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 중에 몰래 찍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 모델 안모(25)씨가 지난 12일 구속된 이후 이른바 성대결 양상마저 감지된다.
기존의 몰카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남성이고 가해자가 여성인 이번 사건의 수사를 두고 '편파수사'라며 시위까지 예정돼 있다.
일부에선 "피해자가 여성이었다면 수사가 이렇게 신속하고 엄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게시글에는 14일 오전 10시 기준 30만1000명 이상의 네티즌이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또 나흘 만에 달성했다는 점을 통해서 세간의 관심도 짐작할 수 있다.
<화면=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해당 글 게시자는 "경찰은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20명의 용의자를 모두 다 조사하고 피해자의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직접 자료수집까지 나섰다"며 경찰의 수사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고 꼬집었다. 또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되었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절실히 바란다"고 했다.
오프라인 집회도 예정돼 있다.
지난 10일 개설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라는 이름의 온라인 카페 회원들은 오는 19일 오후 3시께 집회를 열 예정이다.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다. 해당 카페의 가입자 수는 14일 오전 10시 2만명을 넘었다. 이들은 게시글을 통해 "우리는 그 어떤 단체도 대변하지 않는다. 그저 동일범죄 동일수사를 촉구할 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몰카 범죄 발생 건수는 5185건이었고, 그중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는 4204건으로 약 81.1%였다. 이를 두고 일부 카페 회원들은 "여성 상대 몰카가 남성들 사이에서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찰은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료=온라인 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
물론 반박 의견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홍대 누드모델 사건 피의자 안씨는 휴대전화를 한강에 던지고, 해당 사이트 운영자에게 관련 기록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 우려 때문에 지난 12일 구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사가 신속히 이뤄진 점에 대해선 "사진이 찍힌 장소, 학과 등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면서 용의자 범주가 좁혀진 게 한몫했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홍대 누드모델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인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그래서 여론의 관심이 높았고, 특히 남성들도 공론화에 참여했다. 그것이 경찰 수사에 열을 올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