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남북 경제협력(경협) 주도권을 놓고 경제 4단체간 경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 경제대표단체로 급부상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남북 경협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고민하는 사이 회원사 이탈로 힘이 꺾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해외 인프라를 기반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 역시 남북경협에 대하 경험과 노하우를 발판으로 제 몫을 묵묵히 해 나가고 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박용만 회장이 남북 경협시 적극적인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에 반해 남북 경협과 관련해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풀리면 (북한의) 조선상업회의소와의 연결고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면서 "남북경협위원회 부활 역시 내부적으로 검토만 하고 있고, 북미 회담이 끝나야 구체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상의는 현 정부 들어 전경련을 대체할 경제단체로 급부상했지만, 전경련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경련이 주도했던 대통령 경제사절단을 현 정부에서 대한상의가 진행했는데 잡음이 많았다"면서 "대한상의는 현 정부에서 갑자기 컸지만 아직 조직 규모나 경험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 적응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전경련은 남북 경협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존폐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남북 경협은 어찌 보면 전경련에게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통일경제위원회(가칭) 구성 작업을 이미 3주 전에 시작해 위원 섭외 단계에 있다. 이달 말쯤 위원회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더불어 남북 경협에 있어 해외 인프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경련은 15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상공회의소, 일본 경단련과 공동 주최로 '한미일 경제계 전략회의'와 '한미재계 전략회의'를 잇달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경련은 향후 남북 경제관계 정상화와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한미일 경제계 공조 방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봉호 전경련 국제협력팀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비전은 다자주의이고, 남북경협 역시 1대 1이 아닌 다자주의로 가야하는 만큼 해외 인프라에 공을 들이려고 한다"면서 "전경련은 해외 네트워크가 강한 만큼 일본 미국 등과 앞으로 어떻게 경제협력을 할 지 논의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경협에 있어 무역협회의 부상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무엽협회는 1989년 경제단체 최초로 남북 관련 조직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남북 관계의 끈을 유지해왔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직원을 파견했던 경험도 있다.
현재 무역협회는 전략시장연구실 산하에서 하고 있는 남북교역 관련 업무를 하나의 조직으로 독립시켜 남북교역지원센터(가칭) 출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는 무역협회 홈페이지에서는 무역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남북교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도 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업계 의견을 취합해 대정부 건의 및 제도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예전부터 남북 관련된 업체들이 모여 남북협력협의체 구성해 분기별로 모임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총은 아직 남북 경협에 있어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아직 남북 경협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다"면서 "구체적 경협 방향이 나오면 거기에 기반을 두고 노동시장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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