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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기준에 대해 반기를 들다…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기사등록 : 2018-05-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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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작품...내달 3일까지 연우소극장 공연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사진=티위스컴퍼니]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학생의 본분이란 무엇일까. 학생이란 이래야 한다는 정의는 누가 내린 것일까. 과연 '바람직한 청소년'의 기준은 누구일까.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연출 문삼화, 작가 이오진)이 2014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세상이 권하는 틀 안에서 바람직하기를 강요당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17일 개막에 앞서 연우소극장에서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작품은 미국의 한 대학생이 동성애로 아웃팅된 후 자살한 사건에 영감을 받은 강승구 프로듀서와 청소년 시절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0대들의 삶을 리얼하게 묘사해 낸 이오진 작가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여기에 뚱딴지 문삼화 연출이 합류해 청소년들 사이에 일어나는 권력의 하부구조와 소통, 성장의 과정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문삼화 연출은 "4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내 고등학생 때랑 비슷할 정도다. 학교 폭력이 옛날만큼 심하지 않다는 정도가 다르달까"라며 "아이들에게 정상이 뭐고, 평범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걸 강요하는 건 똑같다. 같은 맥락이며, 그래서 보편성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사진=티위스컴퍼니]

극은 전교 1등으로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던 '이레'가 남자친구인 '지훈'과 키스를 하는 사진으로 강제 아웃팅을 당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반성실에서 한 달간 반성문을 쓰는 징계를 받으면서 오토바이를 훔치다 사고 낸 일진 '현신'과 만나고, 그와 몰카를 찍은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담는다.

표면적으로는 동성애 청소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10대 청소년에게 국가와 다름 없는 '학교'라는 시스템 사이의 갈등, 인간과 그 인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세계와의 충돌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믿는 정상이 무엇이며, 평범한 삶, 바람직한 인간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오진 작가는 "처음 희곡을 쓸 때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아닌 것은 끝까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람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품을 쓰면서 중요한 건 바람직함이 아니라 그 기준을 누가 정하고 실제로 존재하는지, 사실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일종의 판타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강제로 아웃팅을 당하고 몰카의 범인을 찾으려는 '이레' 역은 배우 심태영이 맡았다. 그는 "동성애는 저마다의 모양이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본질은 똑같기 때문에 인물을 이해하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연습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거부감은 없었고 인물을 맡게 돼 좋았다"며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반성실에서 과거, 장소 등을 이동할 때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삼화 연출님이 연습을 처음 시작할 때 어린 친구들은 심장 박동수가 다르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에너지음료를 마시고 연습하는 등 그 심장을 닮아보려고 했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이에 문 연출은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심장 박동수가 줄어든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10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난다. 고등학생 역할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호흡으로 조절해야 한다. 호흡의 출발점은 심장박동수"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사진=티위스컴퍼니]

친구들을 괴롭히고 사고치는 일진 '현신' 역은 배우 김세중이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그는 "친구들의 돈을 뺏고 때리고 오토바이를 훔친다. 왜 이렇게 살았나, 그의 가정사를 생각했다. 또 제 학창시절 일탈 경험을 떠올리고 억울했던 체벌 경험들을 생각했다"며 "인물에 대해 아직 이해하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 하면서도 계속 더 이해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청소년극이지만 이들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회사에서, 사회에서, 국가에서 바람직하기를 강요당하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작가는 "무대 위 인물들을 통해 바람직한 기준이 없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연출 또한 "이 작품을 만나기 전에는 '바람직'이라는 단어를 안 썼다. 작품을 만나면서 '바람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차피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들 그걸 바라서 강요하는게 아닌가 싶다. '왜 바람직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말 잘 쓰여진 대본이다. 관객들이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은 내달 3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공연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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