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영국 에너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상향 돌파했지만 미국 셰일유가 넘쳐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시 산유량을 늘려 유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재개에 따른 원유 공급량 감소, 베네수엘라 산유량 급감 등의 원인으로 런던선물시장의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BP는 셰일유 생산량이 급증하고 OPEC도 생산을 늘릴 여력이 충분해 유가가 배럴당 50~65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더들리 CEO가 로이터 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인해 시장에 불확실성이 증대한 것은 사실”이라며, BP 자체 전망을 인용해 미국 제재로 이란 원유 수출량이 일일 30만~100만배럴(bpd)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 |
국제유가가 2월 이후 30% 급등하면서 BP와 같은 에너지 기업은 강력한 순풍을 맞아, 순익이 크게 개선됐다. 이에 따라 에너지 기업의 투자가 늘어 다시 생산량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 산유량 전망치를 사상최대인 1117만bpd로 상향 조정하며, 셰일유 시추 업체들의 활동이 증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늘어난 셰일유 생산량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감산에 따라 감소한 세계 원유 공급량을 충당하고 있다.
게다가 OPEC의 사실상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서 세계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적절한 원유 공급량을 유지할 것이라 약속해, OPEC 역시 감산을 중단하고 얼마든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음을 시사했다.
아직까지는 유가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더들리 CEO는 유가가 8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속되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년 전 유가가 27달러까지 내려갔을 때 원유가 소비경제의 동력으로 작용하며 세계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 반면 산유국들에게는 재앙이 됐다.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유가가 80달러를 넘으면 그 반대 상황이 펼쳐져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유가 상승을 이유로 올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BP는 세계 석유 수요량이 170만bpd 증가하며 강력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더들리 CEO는 세계 경제가 전례없이 10년 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란 제재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추세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정치적 긴장이 잡음을 낼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경제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밥 더들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ng@newspim.com